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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알
오전에는 무난하게 평상시와 같이 보내고, 오늘 컴알에서는 그래프의 심화를 배웠다. 전번에 실컷 그래프의 종류, 개념을 배우고 이번에는 그래프를 활용하는 알고리즘이나 아이디어를 배우는 시간. 실질적으로는 어떤 알고리즘을 배운다기 보다는 이번에도 포괄적인 내용을 배우는 것에 중점을 두신 모양이다. 대신 다양한 내용이 많이 나오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공학계의 인문학 수업을 듣는 기분.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이 나와 신동운 학우를 잠깐 불러세우셔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수업이 어떤지, 어렵지는 않은지 그런 것들을 물으셨는데, 신동운 학우는 그래프에 특히나 심취해 있고 나는 이전에 공부해본 것들이 있다보니 그렇게 유달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교수님께서 한번 취업 상담을 해줄테니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시던데, 이런 친절을 우리에게 베풀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후 얼결에 길을 함께 하게 된 학우와 저녁을 같이 먹게 됐다. 사실 조금도 저녁을 밖에서 먹을 생각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이 친구가 내게 에프터를 신청하더라고. 용건이 있는 건가 하고 냉큼 받았으나 막상 별 용건이 있는 건 아니었던 듯. 그런 게 아니더라도 친해지는 것은 나쁘지 않으니까. 대신 이번에는 학관을 가고, 밥은 저쪽에서 쐈다.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 친구가 굉장히 똑똑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겠더라. 양자 컴퓨팅 해커톤이라..
금요일 회고
두유를 사기 위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전번의 일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자전거를 끌고 가지 않았다. 또 잘못 묶어서 가다가 두유를 땅에 짓뭉게지게 하는 일은 피하고 싶고, 그 정도 무게의 짐을 손잡이에 걸 수도 없으니까 일찌감치 내가 장바구니로 가져오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그냥 지나가는데 술 시음을... 하고 있기에 슬쩍 지나가는데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를 할인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이볼로 만든 것을 시음하는데 맛이 영.. 싶으니까 급 충동이 일어 정신을 차려보니 두유 두 팩에 위스키까지 해서 끙끙대며 집으로 짐을 끌고가는 나 자신만이 남겨져있었다.. 하이볼을 만들거면 맛있게 만들어야지 이게 뭐야. 말은 번지르르하니 꼭 애주가인 것마냥 굴어놓고는!
라고 생각하다보니.. 오타쿠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취미에 심취하는 거야 나쁠 게 뭔가 싶지만,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충분히 나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이다.
혼이 존재하던 시대가 정말 낭만이 가득 찼던 시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뇌의 활동과는 다른, 정신과는 다른 혼의 영역. 그 영역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재료가 되고 성장의 요소가 된다. 요컨대 서글프게 우는 사람의 곁에서 혼은 성장을 겪기도 하고, 권태에 빠져 술독이 올라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채 일출을 맞아도 혼은 동요하고 변화한다. 그 변화는 마치 원래 그럴 사람이었는 양 포장되기도 하는 한편, 그런 평가를 내치고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운명을 거스르기라도 한 마냥 놀라움을 느끼는 것이 혼의 시대에는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논리로는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되어주었으며 그것이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던 시대. 물론 그런 시대에는 남성은 권력을 가지고 여성을 휘어잡는 것이 혼의 성정이며 여성은 수동적으로 욕망에 충실하던가, 내조하며 인내하는 사랑을 혼에 벤다던가 하는 지금으로서는 터무니없는 가치관이 즐비하기도 했지만.
현시대는 어떨까. 내가 느끼는 현시대는, 아직도 근대를 벗어나지 못 했다. 아닌 사람들은 있지만,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발전의 힘을 절실히 맛보았고 확실한 것에 지나치게 권력을 부여하게 됐다. 말은 논리적으로 하는 게 아무래도 좋다. 그래야 전달이 명확하진 않은가. 참으로 맞는 말인데, 이 말 속에 깃든 합리와 효율의 추구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독서와 같은 자기계발은 정신적 수양을 위함이고 많은 책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생각하지 말라는 글도 있지만 그것을 읽고 사람들은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쁠 게 뭐 있나, 다만 이렇게 낭만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이야기를 하고플 뿐이다. 내가 낭만적으로 사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의 문제이므로, 나는 되도록이면 내 낭만을 한번 찾아볼 필요도 있겠다. 어쩌면 누구도 걷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이 낭만적일 것이며, 내 사랑이 낭만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거 보면 여행 전후로 확실히 내게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그것이 증폭되고 있는 걸까.
창민이의 생일 축하식
토요일에는 창민이와 약속이 있어 오리역으로 갔다. 내 생일에 보자고 아득바득하여 내가 밥을 쏘면 가겠다 하니 진짜로 밥을 다 쏘고 영화까지 쏘더라. 나는.. 부담이 느껴지지만서도 꽁밥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당연히 수락했다. 사실 내 생일은 다음 주이기는 하지만 평일이니까 아무래도 주말에 미리 만나기로 한 것.
일단 오리역에서 점심으로 포메인을 먹고, 가오갤 3를 봤다.
가오갤 3는 내가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다고 감히 평해도 될 정도이다. 창민이도 두 번째 보는 건데 다시 봐도 재밌다고 하더라. 영화를 다 보고나니 재밌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각 인물들이 가진 성격에 맞춰 흘러가는 스토리, 감동, 코믹, 완성도. 흠 잡을 게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 이게 내가 바라던 마블 영화 아닌가, 너무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었다.
이후에는 창민이 집으로 가서 게임 조금 하다가 저녁을 먹고 빠빠이. 이전에 내가 사주었던 링피트를 한번 내가 직접 해봤는데, 이거 진짜 개 힘들더라 ㅋㅋ 내가 빠르게 하려고 괜히 유산소마냥 마구 한 것도 있기는 한데 아무튼 계속 하면 운동이 안 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거 이후로는 간단한 덤벨 운동 방법 몇 가지 추천 받고, 치킨 먹으면서 지난 msi 경기 해설 듣다가 끝. 이 친구 계속 분석 글을 쓰다보니 확실히 설명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이 느껴진다. 이전보다 더 알아듣기 좋게 설명을 할 수 있게 논리가 조금 갖춰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참.. 이전에는 머리 회전 빠른 것만 앞세워서 되도 않는 말을 맞는 양 늘어놓던 그러던 시절이 있었는데 조금씩 바뀌기는 하나보다.
돈 10만원 나왔다고 생색내는 건 여전하더라. 이전에 내가 초밥집에서 그냥 저녁 쏜 걸로 10만원 나온 거 굳이 이야기하려다 말았다. 똑같은 놈이 될 순 없잖냐.
자취방으로 올 때 최대한 빠른 루트로 알아보고 그냥 왔는데, M4101 버스는 어째 써있는 거랑 다르게 한 정거장을 거치지 않았고, 결국 숭례문 근처에 내려서 버스를 타려니까 버스가 동대문을 안 간다대. 덕에 길을 여러번 헤매서 갔다. 이게 지도 앱이 믿을 만한 게 아닌 건지, 오늘부터인가 연등제를 해서 도시가 곳곳 통제된다던데 그것의 여파인 건지. 서울 태생이여도 역시 경기 촌놈이라 이런 것에는 미숙하다.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진다면 기왕이면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많이 오게 하는 게 좋기는 하겠다.
회고 및 다짐
원래 오늘 선아 누나를 보고 올 생각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상황이 달라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 그래서 창민이도 스케쥴이 빈 김에 빠르게 봤다. 언제쯤에 편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읽어줄 사람 없는 편지라도 부쳐야만 내 속이 후련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내일 진아 누나 결혼식 접수대를 하기로 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다. 어머니는 그냥 혼자 하라고 하시는데, 이게 혼자 가능한 일인가 모르겠네. 하객들 대응하면서 축의금 받고 식권 발급에 간단한 위치 안내 등등을 혼자 하라는 건데 명부 작성까지 전부 다 할 수 있으려나? 돈 문제가 있다보니 괜히 조금 착오라도 생기면 일이 많이 귀찮아질 것 같은데. 기뻐해야 할 자리에 막상 막중한 책임을 가지게 되니 걱정이 앞선다. 미리 무얼 해야 할지 잘 생각해두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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