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출발 전
바선생 출몰. 잠이 안와서 듸척이고 있는데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느낌이 와서 대충 보니까 역시 바선생이 내 머리 옆 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전번에 나온 것이 요행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가보다. 정말 전쟁을 펼쳐야겠구만..
근데 도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오는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 여태 나온 녀석들은 죄다 아무것도 없는 벽면 쪽에서 나왔다. 벽면 뒤에 공간이라도 있는 것일까? 모서리를 계속 확인해봐도 제대로 막혀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이정도 크기의 바퀴가 다닐 공간이 있단 말인가? 이게 잘 특정이 안 되니 불편한 게 약을 쳐도 어디다 쳐야할지를 모르겠다.
설렘 반 바퀴 반으로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대충 여섯시에 일어났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더 안 와서, 그냥 일어나서 여행 준비를 했다. 준비라 해봐야 별 거 없이 그냥 미리 챙겨둔 짐 싸는 것 정도. 안전하게 서울역 쪽으로 출발도 일찍 했다.
전주 즐길 준비
서울역은 생각보다 정말 가까웠다. 30분 정도 걸렸나, 서울역에서는 잠시 추억 회상하면서 시간을 떼우다 10시에 드디어 기차 출발! 알게 모르게 기차에는 설렘이 깃든다. 내게 기차는 항상 여행의 수단이었으니까, 내 모험의 시작 지점이니까.
내가 중간에 입석으로 바뀐다는 것을 까먹고 계속 앉아있었다가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쳐버렸다. 천안 아산역부터 나는 입석인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앉아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근데 한참 지나서 어떤 여성분이 와서 본인 자리인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는 것. 나도 뒤늦게 확인하고 죄송하다하며 자리를 비켰는데, 그분은 나 때문에 영문도 모르고 계속 서있다가 내게 말을 건 것일테니 그만큼 그분은 손해를 본 꼴이다. 기차는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 머쓱
이동하는 내내 대충 여행 계획을 짰다. 전주는 한옥마을 조성이 잘 되어 있어 코스를 빡세게 잡지 않고 걸어다녀도 괜찮게 관광 지역이 잘 조성되어 있다. 원래 내가 계획을 칼같이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전주는 구태여 빡세게 각을 세울 필요도 없다는 것.
점심은 피순대, 이후 경기전과 전동성당, 가면서 오짱. 이후에는 무형유산원 쪽으로 이동. 저녁에는 전북대로 이동해서 진구형이랑 합류하고 숙소쪽에서 술 조지기!
내일은 다같이 오목대랑 한복입고 싸돌아댕기기. 이정도면 나름 괜찮게 계획 짠듯?! 차가 생기면 나중에는 비빔소리라는 곳도 가서 유종대왕님한테 비빔인사 한번 박아보고 싶다.
전주에 처음 온 낯선 이
날씨는 한없이 화창했다. 다음 주에 혹 교수님이 왜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냐고 물으신다면, 조금도 당당하지 않게 날씨가 좋아서라고 답하리라! 선선한 바람과 화창한 햇살, 어찌 풍류를 즐기지 않을까.
대충 컴터 먹통돼서 쓰던 내용 다 날아가서 짜증난다는 글
용준이는 나보다 20분 먼저 전주역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려줬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바로 재회! 그러나 전주에서. 짧게 회포를 풀고 바로 본격적으로 계획을 실행하러 움직였다.
시작은 점심! 조점례피순대국밥집을 찾았다. 피순대가 나름 유명하다는 것 같아서 찾아보니 남부시장에 그냥 널린 게 순대국밥집이었다. 그래도 검색했을 때 바로 추천되는 집인 여기를 일단 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바로 골랐다. 처음 들어갔을 때는 그다지 인상이 좋지 않았던 것이 돼지 잡내 비스무리한 냄새가 식당에서 느껴졌다. 정확하게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나는 피순대만 들어있는 국밥, 용준이는 일반 순대국밥을 시켰는데 나는 피순대가 10개 넘게 들어갔고 일반은 3개가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내장 고기로 채워져있었다.
정말 처음 먹어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먹어본 피순대는 내 개인적으로 맛있었다. 내용물도 실하고 보들보들한 게 야채와 당면이 들어간 선지느낌도 나서 좋더라고. 국밥은 기본적으로 양념이 잘 되어 나와서 다데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국밥 먹을 때 다데기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와서 조금 고민할 때가 있는데 여기는 직접 간을 적당히 맞춰서 주니까 참 좋았다. 맛도 좋아서 맘 먹으면 다 해치울 수 있었는데 이제 식단을 하는 몸이 되니까 과식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자중했다.
점심을 먹은 이후에는 풍남문을 지나 본격적으로 한옥마을로 진입했다. 아, 이번 여행에는 이례적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원래는 사진을 찍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남는 게 사진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보니 기왕이면 시각적으로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저번 강릉 때도 열심히 남겼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대로 이제부터 열심히 남겨봐야지.
한옥 마을의 첫인상은 좋은 관광지. 거리 조성도 이쁘게 되어 있고 수많은 기왓집들과 한복을 입은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이색적인 느낌을 받았다. 거리뷰도 찍어뒀으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돈 벌면 진짜 고프로 꼭 사서 달고 다닌다 내가.
처음 들린 곳은 초입에 위치한 전동성당과 경기전이었다. 성당의 경우 유럽에서 그 분위기를 많이 느꼈기 때문에 한번정도 들어가서 구경하는 게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성당 내부 사정으로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구경은 하지 못했다.
경기전에서 시간을 꽤나 많이 썼는데, 아무래도 나는 역사 관광을 좋아하는데 심지어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한 용준이가 옆에서 역사 지식 가이드를 해주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반대로 나는 내가 미리 알아본 경기전의 정보들을 최대한 전달해주었다. 포토존이라던가, 박물관의 여부, 코스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용준이도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아무래도 즐기는 모양이라 정말 좋은 여행 친구라고 생각이 들었다.
경기전 내부에는 적당히 체험할 것들도 많이 있어서 루즈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중앙으로 직진해서 정전에 들러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본 후, 주변 부속 건물들도 들렀다. 원래는 어진 박물관까지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아쉽게도 어진 박물관은 한창 공사 중이라 들어가볼 수 없었다.
대나무 길 포토존은 이전에 후쿠오카 여행갔을 때 봤던 거목이 있는 신사의 그 길의 느낌이 났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사진을 찍느라 줄을 서고 있어서 우리는 그냥 대충 걸어서 통과만 해보았다.
여기에 투호 체험을 할 수 있게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여기에서 용준이와 첫번째 대결이 시작됐다. 가뿐하지 않게 내가 이기고 딱히 승리 상품을 안 걸어서 엽기 사진을 찍는 걸로 대충 1차전은 마무리!
이후부터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분위기를 즐기고, 군것질도 했다. 여태 돌아다니면서 군것질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나름 맛의 도시라기도 하고 놀러왔으면 놀러운 분위기를 살려야 하지 않나 싶어 나름 또 조사를 해봤지.. 빅페이스의 유투브를 보면서 생각해둔 이 두 개만 딱 먹었는데, 관광지라서 너무 비싸기는 했지만 정말 맛있게 먹어서 만족스러웠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면서 달달한 수박주스에 오징어 튀김을 뜯으니 힐링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나더라고.
돌아다니다 보니 길거리에 제기도 있고, 고리 던지기 놀이도구도 또 있어서 제끼는 제끼고 고리 던지기로 용준이와 2차전을 벌였다. 1차전에서도 용준이가 먼저 한점을 앞서나가면 그 다음에 내가 바로 뒤이어 점수를 따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내가 한번 더 성공해서 점수를 따는 그림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상황이 연출됐다.
뒤이어 양궁 체험장에 갔다. 그냥 길거리 가다보니까 발견한 건데 이전에 영상으로 또 본 기억이 있어 바로 들어가서 체험을 진행했다. 만원에 10발로, 현금으로 낼 경우 14발. 이 금액은 2차전에서 진 용준이가 냈고, 여기에서 최후의 3차전을 벌였다. 용준이는 꽤나 잘하던데, 나는 쏘는 족족 너무 먼 위치에 화살이 박혔다. 내가 조준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건지, 활을 바꿔서 쏘니까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래도 계속 과녁 오른쪽에 탄착군이 형성됐다. 하는 수 없이 내가 과녁의 왼쪽을 조준해서 화살을 쏘니까 그래도 조금 나아지더라.
마지막 4발이 남은 시점에서 대결을 진행했다. 한 발씩 번갈아 가면서 쏘는 방식으로 용준이는 7,8,10,7을 쏘았고 나는 7,8,9,9를 쏘아서 최종적으로 승리! 세번째에 용준이가 10점을 쏴서 이번에는 내가 졌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기회를 어떻게 잘 잡았다. 결국 오늘 치뤘던 모든 대결의 그림이 다 용준이가 먼저 앞서 나가고 이후에 내가 따라가다 역전하는 그림이 되었다. 여기에서 우승을 한 덕에 나중에 술 마시기 전에 상쾌스틱은 용준이가 사는 것으로 했다.
13시 쯤부터 놀기 시작하여 1시간 정도 경기전에서 시간을 쓰고, 1시간을 돌아다닌 후에 마지막은 오목대를 갔다.
한옥마을 전경을 구경하기에 괜찮은 장소라고 들어서 마지막 코스로 괜찮겠다 싶었는데, 과연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위에 정자는 매우 넓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하며 쉴 수 있었고, 누워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도 멀뚱히 쉬다가 시간 맞춰서 전북대로 이동했다.
전북$>$서울시
진구 형이 시험 끝나는 시간에 맞춰 전북대를 가기로 했던 지라 16시에는 전북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가는데에는 대충 20분 정도 걸린 듯. 근데 전북대가 경우 없게 넓어서 그 안에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안 속에 도로가 2차선이 있는 게 어딜 봐서 이게 대학의 도로인가 싶은 느낌이었다. 건물들도 굉장히 널찍널찍하게 높지는 않으면서 크기가 컸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땅값이 싸서 부지를 넓게 확보하고 대신 건물에 비용을 적게 넣은 것 같다고..
뭐.. 전라북도는 서울시보다 크니까.. 흠.
재밌었던 것이 로스쿨 건물 앞에 한옥 누각이 있었다. 이 누각이 뭔지 감도 못 잡았는데 진구형 왈 이것도 로스쿨 건물이라고 하더라. 컨셉이 좋아보였다.
건물에 들어가서 대충 기다리고 있으니 진구 형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셋이서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 내가 가장 친한 대학교 친구들. 어쩌다 맺어진 친분, 특별한 인연. 비록 저마다 길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친구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전주 자체도 정말 좋은 힐링 장소였지만, 그것보다도 이 세 명이서 만난 것이 아무래도 가장 내게 힐링이 되는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진구형의 추천으로 전북대를 조금 걸으면서 곁에 있는 덕진 공원으로 이동했다. 원래는 학교 부지였으나 나중에 팔아넘겼다고 한다.
이 공원이 정말 넓은 호수를 품고 있는데, 이 호수가 연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빼곡하게 수면 위에 꽃이 수놓아진다고 한다. 시기가 달라도 한참 다르니 우리는 볼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탁 트인 전경으로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만 같았다. 호수 중앙에는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있는데, 저 건물은 도서관이다! 안 속에 자리에 잠시 앉아보니 창문밖으로는 바로 호수가 펼쳐져 있어서 공부할 때 정말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진구형은 이 중앙 건물을 아직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뜻하는 바를 이루고 마지막 순간에 이 곳을 지나며 성공을 축하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며, 우리는 이쪽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는 사이 형은 호수를 멀리 돌아서 반대편으로 갔다. 형의 꿈이 이뤄질 때 나도 그 옆에 함께 해주고 싶다.
이 공원에는 서서 타는 그네가 있었다. 안 그래도 나도 어쩌다 전주에 그네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 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마침 이 덕진 공원에 딱 있어서 야무지게 그네를 타고 왔다. 와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본 것들은 이로써 다해본 격이 되었다!
술에 술을 더하는 이야기
진구 형이 참치회도 사줄까 했으나 우리의 위장은 한정되어 있기에 그냥 먹어보기로 한 것들을 위주로 가게 됐다. 그래서 첫번째로 간 곳은 프로도씨가 추천해준 물갈비. 원래 물갈비는 정말 조금도 생각이 없었으나 추천을 해줬으니 또 안 가기 뭣하기도 하고 비주얼을 보고 나니 꼭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갈비랑 막걸리를 먹어봐야겠다고 이야기만 해둔 상태였는데 진구 형이 기가 막히게 맛집을 알아봐주어서 우리는 편하게 걸어서 먹을 곳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이름은 화산 물갈비. 사진처럼 화산 모양으로 처음에 내어주어서 붙은 이름인 듯하다. 물갈비가 무엇인가 했는데, 저 고기 안쪽으로는 콩나물이 공간을 차지하고 그 밑 국물쪽에 이미 어느 정도 조리를 마친 갈비가 위치해있다. 핵심은 그 갈비로, 국물에 들어간 갈비라 하여 물갈비인 모양이다. 비주얼적으로도 만족이고, 맛도 얼큰하니 술안주로 적격이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좋았던 안주는 셋이서 모여서 나눈 이야기들이었다.
이후 2차로 생각해뒀던 곳은 옛촌마을 막걸리집. 대충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였으나, 우리가 괜히 강 옆 산책로로 따라 걷는다고 하여 곤혹을 치루게 됐다..! 내가 항상 다니던 탄천, 한강을 기준으로 생각해왔으니 다리가 있다면 그쪽에 무조건 도로 위로 올라가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는 대충 10분 정도를 더 걸어서 가야만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이렇게 산책하느라 보낸 시간 덕분에 막상 식당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은 안주가 정말 미친듯이 많이 나왔다.. 이름에는 막걸리가 들어가는데 실질적으로는 한식 안주를 정식으로 내는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 돼지고기 김치찜, 조개탕, 생선구이, 파전, 등등.. 상에 다 올리자니 자리가 부족할 정도의 음식들이 나와서 결국 다 못 먹고 나가게 됐다. 막걸리의 경우 이름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식당에서만 팔 것 같은 이름의 막걸리를 팔았는데, 시원한 맛이 나서 좋았다. 특히 지나치게 탄산이 들어가 있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한창 먹고 있던 와중에 옆 테이블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뭔가 하고 봤더니 식당 주인 가족이 키우는 강아지들을 데려왔던 모양이다. 강아지들이 마구 부산하지도 않고 애교를 떠는 것이 퍽 귀여웠다. 대충 10시 넘어서 볼 수 있는 특별 이벤트 같은 느낌인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계속 눈이 갔다.
많이 마시지는 않고 적당하게 끊고 숙소로 돌아와서 편의점에서 술을 사가지고 남은 회포를 더 풀었다. 진구 형은 시험을 치느라 잠이 부족해 숙소에 오자마자 곯아떨어지고, 용준이랑 나랑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구 형도 일어나서 얼결에 다 같이 피시방을 가 두 시간 동안 옵치를 했다. 근데 진구형은 핸드폰을 들고 오지 않아 본인 인증을 못해서 그냥 혼자 피파를 하게 됐다.. 와 옵치 오랜만에 하니까 정말 정신이 없어서 뭘 못 하겠더라.. 내가 게임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그냥 게임적 센스가 많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하다 보니까 용준이가 피곤하다면서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나는 뭐할까 하다가 그냥 잠자코 진구 형이 하는 게임 구경만 하다가 시간 다 돼서 용준이를 데리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용준이는 속이 너무 울렁거린다고 해서 숙소로 바로 데려가 잠자게 하고, 진구 형과 나는 간단하게 맥주 정도만 사서 숙소에서 신나게 떠들다가 4시쯤에 취침! 솔직히 조금 술이 부족해서 나는 더 마시고 싶었는데, 다음 일정을 또 생각하자니 일찌감치 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해장에는 콩나물 국밥
나는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잠이 부족해서 더 자고 싶었지만, 그래도 놀러온 건데 시간을 아깝게 날리고 싶지 않아 결국 일찍 나와 해장을 하러갔다. 전주하면 비빔밥 말고도 또 유명한 것이 바로 콩나물 국밥! 내가 부캠하던 시절, 강남에서 먹었던 콩나물 국밥집의 원조, 전주 현대옥 본점에 들렀다! 이게 또 숙소 가까이 있던데 새삼 보면 진구 형이 정말 좋은 위치의 숙소를 잡아줬다. 어떻게 해도 결국 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식당들이 있으니, 거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기본적으로는 토렴식 콩나물국밥인가 본데, 나는 괜히 다른 거 먹어보고 싶어서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아래 있는 것으로 시켰다. 그랬더니 나는 수란없이 바로 국밥에 계란이 넣어져서 나왔다! 이전에 수헌이 형과 먹었던 콩나물 국밥집이 참 괜찮다 생각했는데, 그 맛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던 것이구나. 간도 기본적으로 잘 되어 있고, 펄펄 끓는 국물이 얼큰하니 해장하기에 딱 좋은 맛이었다. 곁들여 먹을 김과 반찬도 이미 간이 된 국밥에 먹을 정도로 지나치게 짜지 않아서 좋았다.
이전에 영상으로 비빔밥에 진심인 유비빔님의 비빔소리에 대한 영상을 봤었는데, 이제보니까 여기도 만만찮더라.. 2층에 콩나물 박물관을 마련해두고, 콩나물 작품들을 여리저리 전시해뒀다. 또 콩나물의 역사나 효능, 현대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까지 둘러보기에 좋게 볼거리가 구성되어 있어 밥을 먹은 뒤 구경하기에 딱 좋았다.
떠나기 전 마지막 족적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다시 한옥마을이었다. 사람 많은 곳 가기 싫어하는 진구 형을 끌고 형이 알아봐두기만 했던 교동 다원! 전체 샷은 제대로 찍어두지 않았는데, 비가 오니 안 그래도 잘 꾸며진 정원 같은 다원에 떨어지는 낙숫물이 또 은근히 운치를 돋구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인상이 또 좋지 않았던 것이, 우리를 들여두고 갑자기 다른 손님이 먼저 왔다면서 우리를 내쫓은 것. 처음에 우리가 들어갔을 때 자리가 없다고만 말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뒤에 서서 기다렸는데, 다른 팀이 또 와서 우리보다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우리가 위치를 뒤에 서있었을 뿐, 우리가 먼저 왔고 거기에 우리가 이미 자리에 앉고나서 메뉴판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우리를 비키라고 하는 건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통용되는 손님 대접이냐? 서빙이 내 쪽에 대고 이야기했으면 절대 그대로 안 넘기는데 내가 안 쪽에 위치해 있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행들을 붙잡지 못해 나도 마지 못해 나왔다. 그러더니 뒤늦게 예약 대기 명단을 내미는데, 이번에는 우리 다음 팀 번호는 받아가놓고 우리는 그냥 이름만 쓰라대? 그럼 우리는 자리 날 때까지 확인하면서 계속 여기 머물러 있으라는 거냐? 솔직히 화가 좀 많이 났는데, 친구들 보고 참았다. 내가 서비스에 대해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 것 같은데, 사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는 어리숙한 대처와 차별적인 대우는 이 다원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쓰다보니 괜히 또 화나네, 다른 손님들한테도 그러나?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불쾌한 경험 때문에 재방문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그 이후에 맛 좋은 차와 적당한 간식의 맛을 보고 화를 풀었다. 기본적으로 이 애매한 날씨가 가져다주는 운치와 잔잔한 동양풍 노래들(이거 100퍼 그냥 동양풍 뉴에이지 노래 유투브 재생목록 튼 거다), 그리고 적절한 물 온도와 바로 따라마시는 차의 향이 참 좋아서 느긋하게 시간을 떼우는데 적격이었다. 한때 차를 사마시는데 진심이었던지라, 아무래도 차 맛을 보는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나로서는 취향 저격일 수밖에. 차는 우리가 직접 다도를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어서 용준이가 도맡아서 차를 우려주었다.
왼쪽은 처음에 시킨 구름설기. 쑥으로 만들었고, 내가 생각했던 설기의 느낌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워서 조금씩 잘라먹기 편했고 또 맛있었다. 그 이후에 기대가 생겨서 쑥 양갱도 시켜보았는데, 양갱은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예뻐서 건드리고 싶지 않게 생겼다 정도?
여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쓰다가, 피곤해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진구 형을 잠시 자리에 내비두고 용준이와 함께 전통 술 박물관에 들렀다. 여기는 생각보다 규모가 굉장히 작아서 둘러보는데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것보다 술을 사는데 관심을 더 두고 있었던지라 어떤 술을 살지 조금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잘 몰랐는데, 여기에서 술을 사는 게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더 싼 모양이었다. 안동 전통 소주도 팔 던데, 여기에서의 가격은 28000원이더라고.
아무튼 모주와 이강주를 산 후, 기념품 삼아 전주 초코파이까지 샀다. 풍년제과(pnb)라고, 여기가 원조 초코파이라고 이야기하던데, 일단 그렇다니까 종류 별로 빵을 사서 가지고 왔다. 그 후 다시 다원으로 복귀!
그 이후에는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었다. 베테랑 칼국수라고, 이것도 한옥마을 내부에 있었는데 굉장히 잘 나가는 칼국수집인가 보다. 나는 칼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엄청 맛있는 것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충분히 맛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옆자리 테이블 말을 들어보니 여기가 칼국수도 좋지만, 쫄면이 또 맛있다고 하더라. 그걸 알았더라면 쫄면도 시켰을텐데.. 가격이 싸고, 또 사이드로 시킨 만두의 맛이 좋아서 그래도 만족도는 높았다.
이때쯤의 시간이 15시였고, 기차를 탈 시간은 16시였기 때문에 이후 전북대까지 택시를 타고 진구 형을 내려주고, 우리는 역으로 가서 이틀의 전주 여행을 끝마쳤다. 용준이랑 나랑만 있을 때까지는 돈을 우리가 냈지만, 진구 형을 만난 후부터는 진구 형이 완전히 물주 역할을 맡아주어서 우리는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택시비는 내가 내긴 했지만.. 뭐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회고 및 다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도원결의. 예전에는 다시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간간히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아마 본격적으로 직업을 가지게 되면 만날 기회를 가지는 게 조금 더 힘들어지겠지만, 한번 만날 때는 이번처럼 확실하게 회포를 풀 수 있는 만남을 가지고 싶다. 그런 관계로 다음 여행 모임은 안동이다! 안동으로 정한 이유는 ktx 타고 가는데 앞에 놓인 잡지에 쓰인 지역이 안동이었기 때문. 가서 양조장도 방문하고 찜닭도 먹고 또 운치를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때는 내가 물주 역할을 하면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
프로도 씨의 의미심장한 문구.. 이거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정말 나 혼자 주접 떨 만한 문구가 아니라 진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문구를 보냈다. 신경을 안썼다고 까지만 쓰고 그냥 말이 끊겼는데, 음.... 뭐야 도대체?! 자신이 나를 신경 안 쓰고 있다는 말인가?
일단 내가 생각해보는 느낌으로 보자면, 토요일 아침에 내가 톡을 보낸 이후 나는 하루종일 톡을 보내지 않았다. 이 친구가 오늘 세미나가 있어서 발표를 해야하다보니 긴장도 많이 될 것 같고, 이후에 뒷풀이하면 술을 많이 마실 것 같아서 내가 섣불리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언제 세미나하는지도 안 알려줬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 응원하기도 애매했다. 그런데 대뜸 22시에 나한테 뭐냐고 카톡이 온 상황이다. 그러고는 내가 니 신경 안썻다고 라는 톡을 보냈는데, 대충 내 느낌으로는 왜 톡을 안 보내냐고 묻는 것 같다. 내가 니 신경 안 썼다고 톡을 안 보내는 것이냐, 따지는 듯한 느낌?
당장은 이쪽이 가장 유력한 느낌이다. 근데,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내가 자신을 신경 쓰는 것을 신경쓰는 건가? 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하지? 내게 여지를 주는 걸까?
근데, 이게 정말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게 그 이후로 말이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보내야할 것을 잘못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뭐냐, 나는 니 신경 안 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 그럼 그런 말은 왜.. 오히려 내가 여지를 주고 있다고 느끼는 걸까? 어쩌면 내가 신경 안 쓴다고 공부 안하냐 찌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하고 술잔 기울이면서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까 조금 의식이 된다. 이거 참 난감하구만.. 근데, 그런 생각이 조금 많이 들기도 한다. 프로도씨는 절친을 잃는 게 너무 아까웠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새삼 나도 그 생각에 정말 공감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냥 좋을 수 있는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 아까워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가 않다. 한편으로는 내가 노력하는 것이 내게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한 마음도 없지는 않다.
흠. 괜히 고민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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