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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빌넣을 했는가?
문득 에타 글을 둘러보다가(앞으로도 열심히 봐야겠다. 꿀팁이 많네) 작년 수강한 인원을 보라는 글을 보았다. ..작년에 컴과 강의들 전부 정원이 꽉 차지 않았다. 많이들 드랍했다는 것이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작년이 본격적으로 대면으로 전환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학우들에게 어떤 바람이 불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수업들은 무리없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빌넣의 의미가 있었을지도!
더 알아보는 사항들
저번에는 복학할 때 학생 예비군 연대로 알아서 들어가지는 메일이 왔었는데 왜 이번에는 안 오지.. 불안하다. 올해로 내가 3년차인데 이번 년도 졸업하면.. 꼼짝없이 2박 3일 한번은 가야 하는 거냐! 군대 1년만 일찍 갈걸 아 ㅋㅋ
경쟁률이 빡세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웰니스에 신청을 넣었었는데 다행이도 쉽게 붙었다. 월 2만원을 내면서 다닐 수 있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 샤워시설까지 있으니 여름철에는 자취방보다 여기에서 샤워를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도 있다. 집에 습기가 끼는 것은 사양이다..
시간을 언제 정도로 잡는 것이 괜찮을지 모르겠다. 집에 있을 때는 저녁을 먹고 충분히 소화시킨 8시에 운동을 하러갔는데 그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모양이다.
오늘 요약
정체성에 혼란이 조금씩 오고 있는 근래, 오늘도 집돌이의 숙명을 거부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집이 좁아진 만큼 나는 자유를 얻은 모양이다. 오늘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은 웰니스 등록과 운동복 구매.
어머니가 논현에 들려 점심을 먹으라고 해서 냉큼 지하철 타고 갔다. 예전에는 420번을 타고 가는 루트밖에 몰랐는데 아예 논현역을 기준으로 검색하니 지하철로 가는 루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3~40분 거리! 비록 3번 갈아타기는 하지만 그래도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가서는 은행골 초밥을 먹었다. 간혹 쫀득이 유투브를 보다보면 나오는 초밥집 이름이라 안 그래도 궁금했던 가게. 직접 포장 주문을 하러 들어갔는데 포장해가겠다는 말에 몇분 거리냐고 묻길래 당황했다. 묻는 이유인즉슨, 본 가게는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최상의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30분이 지나서 먹으면 맛이 떨어진다나.. 뭔가 애매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포장은 금방 나왔고 그대로 어머니와 함께 먹었는데, 확실히 밥의 촉감이 다르긴 했다. 조금 양념(초밥에 쓰이는 밥을 뭐라 부르더라)을 많이 한 것인지 진득하지 않아 집는데 조금 힘들었는데, 대신 맛은 확실히 있었다. 맛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점심만 얻어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다음으로 향한 곳은 웰니스. 법학관 옆에 붙어있는 건물에 내가 발을 들이는 날이 올 줄이야. 등록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알아보니 코로나 이전에는 운동복과 수건을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져서 웰니스에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 같다. 그게 뭐 얼마나 대수라고 사람이 줄어드나 했는데, 나중 보니 그럴 만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이후에.
그리고 바로 롯데마트로 향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운동복을 사고 오늘부터 헬스장을 이용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운동할 때 입을 옷이 마땅찮아서 옷을 사야했다. 평소에는 집에서 운동을 하니 땀 뻘뻘 흘려도 그냥 면옷으로 입었는데 본격적으로 헬스장을 다니면서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안 그래도 옷을 사는데 매우 문외한이니 이번 기회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역시 문외한답게 매우 고통을 받았다!
나는 헬스장에서 입을 운동복과 운동화가 필요했다. 나는 솔직히 대충 찾으면 금방 살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트에서 식재료 코너도 둘러봤다. 역시 마트답게 두마리 치킨이나 마트에서 파는 밀키트 등등 내가 사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보였다. 반찬들도 있어서 나중에 반찬을 좀 먹어야겠다 싶으면 여기에서 구매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가격이 싼 것 같지는 않아서 조금 고민은 해봐야할 것 같다. 밖에서 음식을 먹는 것에 내 식대 기준을 잡을 필요가 없다. 학식을 먹으면 어차피 하루 만원으로 하루를 날 수 있기 때문에 마트에서 사먹는 음식이 엄청 특별한 종류가 아니라면 한 끼에 오천원 정도의 선을 넘지 않아야 가성비가 나온다는 것이 현재 내 생각이다. 그래도 정말 치킨을 먹고 싶은데, 그것도 왕창 먹고 싶은데 여기에서 두마리 치킨을 만오천원에 사와서 먹으면 바로 this is life 행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큰 마트가 근처에 있기에 무엇보다 좋다고 느낀 것은 술이..크흠. 양주에 와인에 소주에.. 특히 전통주까지. 꽤 많은 종류가 있어서 나중에 종류별로 시음을 해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 우리 지역 전통주인 술샘 브랜드도 있었다.
대충 둘러본 후 본격적으로 옷을 알아보러 갔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대충 옷들이 기능 별로 딱 구분이 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브차차.. 백화점의 층 자체는 크게 기능 별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대충 스포츠, 패선 의류, 이런 식일 뿐이고 한 층 내에서는 옷들이 브랜드 별로 진열이 되어있더라고. 이때부터 이미 판단에 혼선이 생겼다. 내가 살 건 정말 간단한 운동복인데 브랜드 있는 것으로 사면 비싼 것 아닌가? 그러면 브랜드 아닌 옷을 찾아야하나? 그럼 어떻게 찾지? 스포츠 의류는 죄다 이층에 있는 것 아닌가? 사실 브랜드라고 해도 얇은 옷들은 싼 것은 아닐까? 그럼 둘러봐야하나? 근데 내가 정확하게 원하는 옷이 뭐지? 무조건 반팔인가? 내가 원하는 옷의 소재는 뭐지?
일단 옷들을 둘러보다 보면 느낌이 올까 해서 쭉 둘러봤는데 혼란은 더 가중되었다. 내가 어느 정도의 가격을 생각하고 온 건지도 모르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애초에 문외한이니 명확한 가격의 기준도 없었던 것. 그러니 옷을 봐도 이게 비싼건지 아닌지도 모른 채로 둘러봤다. 근데 또 마침 내가 원하는 류의 옷도 없었다! 설마 없겠냐며 돌아다니기를 거의 두시간하고 지쳐서 백화점쪽에서 나와 다시 마트쪽으로 갔는데 거기에서 비로소 내가 원하는 류의 옷을 찾았다. 언더웨어 파는 쪽에 간단한 기능성 티들을 팔더라고;; 힘들게 삽질하다가 끝에서 겨우 만원짜리 옷을 고르는데 성공했다.
신발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신발쪽은 그래도 반스나, 컨버스가 좋다라는 사실만은 알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니 그래서 그 브랜드의 어느 신발이 좋은지 또 모르겠더라! 또 정처 없이 헤매다 외딴 곳에 있는 2만원짜리 운동화파는 곳을 찾아서 냉큼 골랐다. 결국 시간은 백화점에서 이빠이 날렸는데 사실 내가 원하는 옷들은 마트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오늘 힘을 다 빼버린 게 좀 아쉬운 하루. 해봐야 느는 거지만, 두 시간 쉬지도 않고 걸어다녔으니 힘든 건 힘든 것이다.
이후에는 집에 돌아와서 잠시 뻗었다가 빨래들을 영끌해서 빨래방을 사용해봤다. 집 세탁기에는 건조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유사 시에는 빨래방에 가서 건조를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상, 일단 한번은 그냥 사용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세탁은 한번하는데 오천원이라 역시 너무 부담스럽다. 심지어 기본으로 진행하니 탈수가 영 제대로 안 된 게 느껴졌다.
아, 세탁에 걸리는 시간 33분 그 사이에 저녁을 먹고 왔다. 동해루라고, 에타에서 간간히 올라오는 짜장면집을 한번 가봐야겠다 벼르고 있다가 후딱 가면 30분 컷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또 냉큼 달려갔다 온 것이다. 정문 바로 앞에 있던 본가짜장은 한 그릇에 4천원이었는데, 여기는 5천원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허름하고 옛날 집인 것이 느껴졌다. 지역인들만 아는 맛집이라는 걸까, 튀김류가 그리 유명해서 나중에 꼭 먹어봐야겠다 다짐만 하고 짜장면으로 탐색전을 펼쳤다. 33분이라는 타임어택이 있으니 급하기도 했고.
여기가 정말 맛집이더라고.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다. 원래 짜장면이 기름칠하면서 숨죽인 양파 무더기에 춘장 조금 섞어서 만드는 음식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달달한 양파 단맛에 고소한 기름맛으로 먹는 건데, 여기는 기름이 찰지다고 해야 하나. 하루 웬종일 돌아다녀서 시장이 반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괜히 학우들이 좋아하는 게 아니다 싶더라고. 내가 왜 짜장면을 좋아하게 됐는가의 답을 제시받는 느낌!이라 하면 너무 오바인 것 같은데 아무튼 맛집이라 인정할 수 있는 맛. 이전에 교보문고 뒤쪽에 고급 중국집 가서 먹은 9천원짜리 짜장면보다 훨씬 맛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음에 꼭 덴뿌라도 먹어봐야겠다.
무튼 후딱 저녁을 먹고 다시 빨래방으로 돌아와서 세탁이 끝난 빨래를 꺼냈는데 이 빨래가 탈수가 제대로 안 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체감 상으로는 내가 손으로 쭉 쥐어짜면 물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 아무튼 건조를 이용해보는 것이 핵심이었으니 건조까지 야무지게 돌렸다. 건조는 4분당 500원 개념이었고 보통 28분 정도 돌리면 맞는다고 하더라고. 내 옆 건조기를 쓰던 빨래방 고인물 아저씨가 야무지게 꿀팁들을 전수해주셨다. 수건류만 건조하고 큰 통을 쓰지 말고 아무리 해도 3~40분이면 충분하다느니 뭐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 딱 봐도 내가 초보 티가 난 모양이다.
원래는 저녁에 웰니스를 갈 생각이었으나, 일단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고 거기에 옷을 어떻게 들고갈지 마땅히 생각을 안 해뒀다보니 이리저리 준비하는 시간, 또 단백질 보충제 산답시고 알아보는 시간까지 다하니까 그새 웰니스가 닫을 시간에 가까워져서 오늘 가는 건 포기했다.
확실히 내부에서 옷을 제공해주지 않으니 가져가야 할 게 좀 있다. 운동하면서 입을 옷도 옷이지만, 샤워하고 나와서 입을 옷도 필요하다. 아마 학교 수업이 끝나고 들리게 된다면 샤워한 후 아침부터 입은 옷을 다시 입기는 조금 찝찝한 것이다. 거기에 세면도구까지 챙기려니 짐이 많아진다. 수건도 챙겨야하고.. 운동복이나 수건을 제공해주는 것이 꽤나 큰 요소라는 생각이 이때 들었다.
소마 코테 복기
한 캠퍼분이 내가 소마를 준비하는 것을 알아내신 모양이다. 하긴, 오픈톡방에서 내 디코 닉네임과 같은 이름을 쓰고 다녔으니 알 사람들은 알겠지. 무튼 그 분이 1차 코테를 복기하자고 하셔서 나도 공유된 노션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실 알고리즘은 평소의 실력으로 보는 것이라 생각해서 나는 굳이 복기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번 1차 코테가 무마된 지금, 문제들이 1차 코테에서 변형돼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들을 과목
내가 일단 내일 넣어둔 과목은 인공지능 쪽의 프로그래밍 기초 및 설계였다. 그러나 사실 이 시간대에 내가 원하는 것은 객체 실습과 운영체제이다. 그래서 지체 없이 후자의 강의들을 들으러 갈 생각이다. 얼굴보고 빌넣하면 그래도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회고 및 다짐
하루에 한 것들이 많아서 글이 길어지네.. 처음 해본 것들이 워낙 많으니 마냥 신기하기만한 신입 막학기생의 일기다!
이제는 낡아버린 우리의 봄을 사가세요
누가 꾸준히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을 보았다. 꼭 고학년들이 신입생들을 보면서 하는 말 같은 그런 글. 뭔가 했는데 지금 보니 노래 가사였네. 찾다보니까 꽤나 또 한 매력하는 아티스트를 찾은 것 같다? 아무튼.
이걸 볼 때마다 모두에게나 공평한 봄인데 왜 우리의 봄은 낡았는지 궁금했다. 진정 낡은 건 낡았다고 보는 눈이 아닐까 하는, 갑자기 불교와 연관이 되지만 혜능틱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 왜 내 봄을 누가 사가길 바라는가도 나로서는 의문이었다.
아마 이 글을 보며 드는 내 생각 자체가 내가 대중과 섞일 수 없는 내 고집을 잘 대변하는 것 같다. 멍청한 내가 내 학과에서 겨우 깨달은 것이고,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내 인생을 낡지 않게 해줄 실마리이기도 하다.
내 봄은 또 새롭게 시작한다. 16년도의 봄보다는 늙었다. 그러나 낡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할 것들이 이리 많은데 벌써 낡으면 어떡하냐.
정말 아플 때는 내가 얼마나 박식하고 똑똑한지는 다 상관 없다. 그냥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낼 지만 궁리해야 한다. 나는 그걸 잘 못했으니까 1년을 날려먹은 것이다. 잠시 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돌아올 자리를 보고 쉬어라. 그것만은 꼭 지키기를 바란다.
'일지 > 막학기 전까지(23.02.15~23.03.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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