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4-2학기(23.03.02~23.06.21)

20230616금-algorithm goes on, 오랜만에 술팸

제로타이 2023. 6. 16. 17:02

 

목차

     

    끝, 기나긴 끝

    오늘 아침에 자연스레 일어나 밥을 먹었는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시간이 7시였다.. 나 알람 듣고 깼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피곤해서 금새 잠들었는데 왜 또 이리 일찍 일어나는 건지.. 아마 또 외부의 큰 소음이 있었겠거니 그냥 생각하련다. 무튼 결국 밥을 먹고 바로 다시 잠을 잤다. 잠이 없으면 결국 하루를 날 수 없다.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잠이 필수적이다. 잊지 말자.
    오전에는 또 즐거운 헬스 시간을 보냈다. 근데 배 운동을 너무 빡세게 했는지 마지막에 러닝을 하는데 배가 계속 아파서 조금 고생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알고리즘 공부를 조금 하고, 14시에 시험. 오늘로 교수님과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시험은 그냥 간단하게 4문제가 출제됐다. 처음에 내가 전주 놀러갔을 적 나갔던 진도 부분의 문제가 나왔다. 신동운 학우에게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문제가 살짝 꼬여서 나오니까 또 엄청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여기에서 시간을 다 쓰게 됐다. 나머지 문제는 그냥 이냥저냥 풀었는데, 첫 문제 때문에 또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 했다. 뒤늦게 2번을 틀리게 썼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건 진짜 검토 한번만 했더라면 금새 깨달았을 문제였기 때문에 아쉬웠다. complete graph면 당연히 노드 개수가 모든 노드에서 무작위로 두 개의 조합을 꺼내는 모든 경우의 수인데, 왜 그냥 단순하게 팩토리얼이라고 썼지..따지자면 팩토리얼이 아니라 써메이션인데. 바보.. 첫 문제에만 너무 몰두한 결과이다. 

    시험은 그래도 굉장히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치뤄졌다. 어차피 절평인 수업이라 시험에 그렇게까지 목매달 필요는 없었고 교수님도 중간중간 학생들과 대화를 하셨다. 애초에 시간이 부족한 시험도 아니었으니까. 
    신동운 학우는 먼저 풀고 나가려했다가 교수님이 남으라고 하셔서 남게 됐고, 나는 끝까지 시험지를 붙들다가 같이 남게 됐다. 시험이 종료된 이후, 교수님이 첫번째 문제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해주셨는데, 내가 문제를 골똘히 보다가 마지막에 번뜩 든 생각으로 적었던 답안이 대충 맞는 듯해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몰라도 생각의 힘을 풀면 된다. 그 힘을 교수님이 한 학기 내내 가르쳐주셨고, 나는 어느 정도 교수님의 의지를 받든 꼴이 된 것이다.
    이후 교수님이 나와 신동운 학우를 또 불러세우셨고, 우리는 그렇게 셋이서 마지막 미팅을 가지게 됐다. 아마 내게는 최소한 마지막이겠지. 

    교수님따라 잠시 정기관 3층으로 올라가 커피를 타온 뒤, 배봉탕 뒤 언덕 옆, 등산로 가는 길 옆에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이 평소에 자주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하더라. 그곳에서 수업 이야기, 양자 컴퓨팅 이야기,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 등등의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날씨가 그늘진 곳에서 앉아있기에는 딱 괜찮은 정도여서 거부감이 없었다. 다만 모기들이 신나게 힘을 발휘할 날씨이기도 해서, 이놈들이 살을 물어뜯는 걸 쫓아내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이놈들은 앉기만 하면 일단 바로 침을 꽂고 보니까 내가 앉는 걸 보자마자 쫓아내도 이미 따가움만 남기고 갔단다.. 상황이 연출됐다. 두 놈에게는 끝끝내 복수를 했는데 한 놈은 잡으니까 피가 촥 튀기더라. 그리고 나는 5방 정도 찜질을 받았고. 목숨값으로는 가볍게 당했을지도?

    아무래도 모기를 불러오는 주범은 나인 듯했다. 내 체취가 모기들을 강하게 자극하는걸까, 유독 나한테만 많이 찾아오던데 나중에는 교수님과 신동운 학우에게도 그 해가 끼쳐서 결국 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를 거닐면서 남은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인문학관 뒤로 지나 중앙로 바로 옆 작은 산책길 따라, 건공관 뒤편 주차장까지 직진. 햇볕이 너무 따사로워서 조금은 덥기도 했다. 건공관에서 교수님과 헤어지고 정기관으로 가서 내 자전거를 가지고 왔는데 이때부터는 땀이 줄줄 흘러서 등을 거의 적시다시피 했다. 그늘에 앉기에는 좋은 날씨지만 산책하기에는 영 아닌 날씨. 

    참 좋은 강의를 듣게 됐다. 내가 교수님께 증원 요청 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듣지 못했을 강의. 이 강의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이 못난 기억력에 또 무수한 것을 잊어갈 테지만, 그래도 이전에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던 영역에 대해 조금 더 깊게 파보려는 사고의 힘 하나는 조금 더 커지지 않았을까 싶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연을 또 하나 얻었다고 하겠다. 어떤 인연이 될지는 모르겠다. 애매하게 끝맺을 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나쁜 인연은 아니리라. 

    가자 술 마시러

    시험은 15시에 끝났지만, 이리저리 교수님과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17시가 되어있었다. 수원시청역으로 19시 반까지 가야했기에 잠시의 쉬는 텀에 일기만 후딱 쓰고 출발. 오랜만에 해후를 풀어보자.

    ...

    가는데 2시간 쯤 걸려서 수원시청역에 도착, 앉아가지 못해서 몸이 금새 피로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교통피로증... 오늘 저녁으로 삼은 곳은  현욱이 형과 나는 먼저 도착해서 안주와 술을 시켰고, 회사 차원에서 갔던 장례식에서 출발한 성재 형도 얼마 안 가 도착. 이쪽 팸에서도 이제 나빼고는 다들 취직을 했다.. 현욱이 형은 현 직장이 그래도 꽤 맘에 드는 모양이고, 성재 형은 계속 다른 회사를 또 알아볼 생각인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니까 할 이야기도 많고 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1차는 오자네왔능가이라는 전통 주점. 닭도리탕이 유명한 곳이고 술은 동동주 같은 것들을 파는 곳이었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가성비가 안 나오더라. 다들 맛있다던 닭도리탕은 그냥 그랬고, 평이 안 좋던 감자전도 그냥 그랬다. 무난한 맛이었다. 술이 조금 특이했다. 우리는 동동주와 한산소곡주를 마셨다. 동동주는 그냥 탄산없는 막걸리, 소곡주는 꿀탄 소주 느낌이었다. 소곡주는 맛있었는데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더 시키지는 않았다.

    2차로는 히터룸. 여기는 내가 그냥 형들 기다리면서 대충 알아본 칵테일 바였는데, 막상 건물에 가보니까 4층이 있어서 조금 의외였다. 이렇게 높은 곳에 술집이 있다는 게 흔치가 않은 것 같아서.. 입구는 더 신기하게 생겼더라. 보니까 음료 자판기가 떡하니 있던데 알고보니 그게 입구였다.. 붉은 조명에 적은 테이블, 조용한 분위기. 나는 미도리 샤워랑 하나는 기억 안 나고 갓파더를 시켰다. 마지막에 갓파더는 원샷을 때렸는데 이게 달달한 맛이 없어서 조금 고생했다.

    여기에서도 신나게 떠들다가 10시반 찍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때문에 일찍 헤어졌다. 나의 경우는 수인분당선 타고 일단 왕십리까지만 가서 거기에서 어떻게든 택시를 타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근데 다행이도 경의중앙선 청량리까지만 가는 막차가 12시를 넘겨서까지 있어서 택시비는 아낄 수 있었다. 
    술에 완전 꼴아서 자고 있는 사람 있길래 깨워서 같이 청량리에서 내렸다. 인연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역시 조금 취기가 오르면 오지랖이 참 많아진단 말이지.. 이 사람이 계속 비틀거리고 길을 잘 못 찾는 것 같아서 내가 조금 더 도와주려고 말을 걸었는데, 본인은 잘 할 수 있다 이러길래 맘 편히 그냥 보냈다. 아무리 내가 취했어도 본인이 필요 없다는데 내가 손을 뻗을 만큼 오지랖을 부리는 스타일은 아니라..

    집에 도착한 뒤에 술을 조금 더 할까 하다가, 노래방 가서 노래 신나게 부르고 마무리! 술이 다 깨서 그냥 편하게 집에 와서 편하게 잤다!

    회고 및 다짐

    이랄 건 딱히..

    이상한 꿈.
    사람들에게 날을 세우고 맞서싸웠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는, 마구 표독스러운 말들을 뱉어댔다. 내 한은 어디까지 잠겨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