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SSAFY 10기

2023년7월4주차

제로타이 2023. 7. 23. 17:41

 

목차

     

    들어가기에 앞서

    일지를 작성하지 않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예 작성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정말로 노션으로 돌아갔다. 확실히 노션의 단축키가 훨씬 편해서 좋기는 했다. 그런데 티스토리에 글을 쓸 때처럼 열심히 글을 쓰지는 않게 되는 측면이 없잖아 있었다. 몇 가지 이유로 분석을 해볼 수 있겠는데, 결국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이다. 오랜만에 내 이야기를 글로 털어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라는 말이 길어져서 본론이 돼버린 건

    처음에 예상한 바는 절대 아니었으나 본캠이 시작된 이후로 마요네즈(행복사에서 이름이 자연스레 바뀌었다! 작명의 계기는...나는 잊은 걸로 하겠다)는 계속 저녁 스터디를 함께 하게 됐다. 처음에는 둘이서 퇴근 시간이 막혀서 스터디를 하고 돌아가겠다기에 하면서 막히는 거 있으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한번 같이 하겠다 이야기한 것이 뭔가 자연스럽게 계속 같이 하는 그림이 나왔다. 내 스스로도 어느 순간부터는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더라? 지금 회고를 하면서보니 왜지 싶은데,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게 되지 싶다.
    이 시간에 나는 대체로 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보낸다. 이번주 수요일이 돼서야 처음으로 내 맥북에 자바와 이클립스를 깔았다; 그 이전에는 그냥 대충 알고리즘 문제 몇 개 보고 한번 구름 ide 사용해보고 하면서 시간을 떼우다가, 민정이 자바 물어보면 자바 알려주려 가고 수민이 파이썬 물어보면 파이썬 알려주려 가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그래도 이 친구들이 각자 뭘 하는 타이밍에 나도 내 것을 조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설치를 감행한 것이다. 내 걸 많이 할 시간은 없는 편이다. 근데 사실 뭐 많이 할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강의에서 교수님이 너무 잘 가르쳐주셔서 대체로 배우고 나서 아무런 의문사항이 생기질 않는다. 내 눈높이에 딱 맞는 교육이랄까. 그리고 알아서 풀어보랍시고 나오는 문제들은 수준이 강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냥 많이 손으로 써서 익도록 하는 수준에 불과해서 그다지 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그냥 이 친구들 하는 거 도와주는 것으로 복습을 대신하는 것이다. 파이썬은 나로선 편해서 수민이 껄 도와주는데는 크게 난항이 없고, 자바는 나도 잘 모르다보니 민정이에게 가르쳐주는 시간이 자연스레 내 지식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되는 편이다.
    음 사실 어려움이 없진 않다. 이 친구들과의 나의 쌓인 지식의 차이가 커서 내가 당연하게 깔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 친구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보다 이 차이를 잘 못 좁히는 것이 원래도 나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들을 좋아하다보니 기본적인 차원의 이산수학,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인 상태에서 코딩을 시작했던지라 내가 코린이던 시절에 대입해서 가르쳐주려니 계속 말하는 단계와 듣는 관계가 살짝 어긋나 있는 것이다. 이중 배열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구조는 나는 42시절에 들었을 때 조금 손에 안 익어서 진행 방향이 헷갈리는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에 따라 그런 이해의 정도는 차이가 있기 마련인 듯 싶다. 하긴, 나는 그 시절에 8퀸 문제의 1차원 배열 해법을 들으면서 머리에 한 방을 제대로 얻어맞아버렸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게 너무나도 쉬운 발상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내가 짠 코드를 보여주고 이걸 외우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이미 싸피에서 실컷 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어느 정도 이들과 이해를 일치시키면서 가르쳐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뭐.. 아무튼 퇴실 이후에 거의 20시까지 따로 스터디를 하는 이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나는 집에 돌아가 정비를 하면 거의 21시 가까이 된다. 이 시간이 되면 또 무어냐, 슬슬 운동을 가야만 한다. 이제 운동은 내게 있어 일종의 샤워와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운동을 해야 조금 속이 편한 것이다. 애초에 샤워를 실제로 헬스장에서 해야 집에 습기가 차는 일이 없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다. 일단 이번주 첫 pt를 받으면서 21시에 헬스장에 갔는데 한 시간 운동 후 씻고 집에 돌아오니 23시 정도가 되어있었다. 그 이후엔? 자야지. 현재 내 아침은 7시에서 더 이르면 5시 반에도 시작한다. 이것도 마요네즈 살람들 덕에.. 새벽형 인간이 되어가는 중인데 나쁜 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나도 더욱 동참하는 중이다. 그런 만큼 8시간을 자야 하는 나는 밤을 더 일찍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게 완벽히 지켜지지 않아서 커피로 삶을 연명하는 중인 거긴 하지만, 되도록 23시에는 자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면 결국 자세하게 회고를 할 시간이 없다. 노션에는 그날 공부한 내용을 바로 정리한다. 그러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회고가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솔직히 이것은 나로선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네부캠 들어가면서 습관 들여서 1년간 잘 써오던 일지가 나로서는 그래도 퍽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는 작업이기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 시간이 없으면 못 쓰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잖나. 그리고 언젠가 또 언제 겪었냐는 듯 자연스레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조차 잊어버릴 놈이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뭐랄까, 그건 정말 없던 일들로 해버리겠다는 것 아니냐. 근래에 내 대인 관계 스탠스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되도록이면 이 변화를 내 스스로 추적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이 변화를 조금이라도 담아두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드디어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나온다. 한 주 회고. 내가 뭘 했는지 위주로 짧게 요약하고, 돌아보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고, 간단한 차후 계획을 세워본다. 이 정도면 주말에 쓸 수 있는 내용이니까 부담은 없다고 생각한다. 

    20230715토

    이 날에는 '맥주 한 캔'이라는 소극장에서의 연극을 봤다. 문학 소모임 멤버 지인님과 진원님, 그 중 지인님이 무대 제작에 참여하신 망령 프로젝트의 두번째 연극인 맥주 한 캔. 문지방 첫 결성 시에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대로 성사된 것이 이 토요일에 결실을 맺은 격이다. 15시에 혜화에 만나서 들어가게 됐는데 나는 대충 시간을 지켜서 도착할 수 있었으나 조금은 위험했던 것이, 대학로 시위로 인해 도로 한 쪽이 완전히 봉쇄가 되어있었던 것. 버스를 타면서 그 정도의 인파가 잇는 것을 오랜만에 봤다. 보다보니 기영이 형이 보여주었던 작품이 문득 떠올랐는데, 아무튼 버스 정거장까지 시위대가 막은 탓에 버스는 한 정거장을 더 가서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혜화 지리에 익숙치 않은 나는 어떻게 갈지 지도를 켰는데, 그러던 차에 앞에 지나가는 사람들 무리 사이에서 지인님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후로 연극장 앞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진원님을 기다리고,  겨우 입장!
    연극이란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작은 무대가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학급 교실과는 정반대의 공간 구성. 교실에서는 학생이 주인공이다. 공간은 학생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 자그마한 연극장은 크기는 교실과 비슷하더라도 그 주인공은 배우들이다. 관람객은 보는 사람으로서 자리한다. 당연한 공간의 구성이지만, 한편으로 나는 여태 겪었던 공간과는 정반대이면서도 이렇게나 가까이 배우를 볼 수 있는 무대가 신비하게 느껴졌다.

    간단한 내용 요약을 하자면 4명의 주인공이 있다. 부제, 이선, 하이, 희윤. 우울증과 무력감에 일을 그만둔 이선은 부제의 집에서 얹혀산다. 그 와중에도 쓸모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선과 이를 보며 걱정하는 부제,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든 후에 한 맥주캔이 사람이 돼버리는 소동이 일어난다. 우여곡절 끝에 이 존재를 인정하고 하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셋의 동거가 시작된다. 하이는 강한 삶의 힘을 가진 채 목표를 매번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눈치 없는(..) 활발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인간 세계를 잘 몰라 이선이의 도움을 받으면 점차 적응한다. 한편 이들의 물질적 지주 역할인 부제는 이들을 부양하는데 나름의 책임감과 힘을 얻는 타입인데 어느날 커밍아웃 문제(참고로 작중 인물은 전부 여성)로 직장에서 헤어진 상사 희윤이 찾아와 언제나 꿈이었던 독일로 외근을 가라고 제시한다. 자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등져버린 후 또 제멋대로 자신을 위하려고 하는 희윤을 용서하지 못한 동시에 식구를 챙겨야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부제, 이 둘의 갈등은 집에서 밥만 축이는 나머지 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고 어느 날 모두가 한 집에서 마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해피 엔딩! 이선이는 하이와 함께 지내며 자신이 무언갈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힘을 얻고 재기하며 부제는 희윤과 화해한 후 독일로 떠난다. 희윤은 그냥 잘 살고.. 하이는 어느날 다시 맥주캔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머리에 꽃이 꽂혀버리는 비극(?)에.....

    뭐, 그런 내용이다! 극 내용과 별개로 인상 깊었던 모먼트 몇 가지. 이선 역할 배우 분이 이목구비가 뚜렷하신 게 굉장히 미인이시다 하고 있던 차에 이선이 관객 가까이에 앉아 멍하니 말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객석 중앙에 위치한 자리라 뭐랄까, 대놓고 아이컨택을 하게 된 순간이 있었다. 당연히 나를 보는 건 아닐텐데 괜히 눈을 돌리게 되는 쫄보 마인드인 차에 얼결에 사레까지 들려서 기침이 나오려는 걸 꾹꾹 억눌렀다. 그래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감동적이지 않은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될 뻔했다..
    내가 또 기침을 하지 못한 데에는 소연극장의 특수성이 있기도 했다. 크기가 굉장히 작다. 그래서 배우 분들도 순수 본인의 발성으로 대사를 전달한다. 그런 와중에 기침을 하면 소리가 다 들릴 것이 아닌가.. 아무튼 그 점이 또 인상 깊었다. 배우 분들이 발성이 좋고 딕션도 따박따박.. 나도 저렇게 말싸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ㅋㅋ 특히 하이 역할 배우 분은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시던지 살짝 공간을 찢는 사자후의 기운이 느껴졌다. 지인님 말씀으로는 현실에서도 기존쎄의 하이와 똑닮은 분이시라고 한다!

    세상에, 내가 나라니

    이 극의 부제이다. 나는 이 말이 무슨 말일까 궁금했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하는 부분은 하이가 자신의 탄생 배경을 설명할 때, "세상에, 내가 맥주캔이라니!"이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선이의 독백이 나오는데 이 독백은 하이의 대사 구성을 완벽히 따라가고 이 대사가 비로소 등장한다. 세상에, 내가 이런 사람이라니. 우리 누구도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아마 나도 어느 한 주변에서 태어나서 이런 사람으로 어찌어찌 살아지고 있는 것일지도. 작품에서는 결국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뭐든 될 수 있다고.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던 하이는 바다를 보며 어느 날 다시 맥주 캔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 번에는 상어(맞나..?)가 되겠다고 말한다. 이런 나인데, 나는 언제까지나 이런 나이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꿈을 꾸던 꾸지 않던, 사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금 화나의 말을 빌리고 싶다. 어차피 한 쪽에 건다면 난 희망쪽! 기왕이면, 나에게 많은 다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한다. 다음의 나는 오늘의 나와는 또 다른 많은 것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오늘의 나는 오늘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즐기고 다음으로 나를 넘겼으면 한다.

    극을 빌려 내 이야기만 털어두는 느낌인데, 작 중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최대한 관계의 변화로 풀어낸다. 이선이는 부양 받던 사람에서 챙기는 사람, 그리고는 우뚝 서는 사람. 희윤은 독단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에서 먼저 남의 입장을 헤아리고 신경쓰는 사람. 부제라는 캐릭터는 나는 잘 설명하지 못 하겠다. 내 삶의 방식과는 너무도 달라 내가 표현해봐야 잘 설명이 안 될 것 같다. 대충은 남을 챙기면서 제 쓸모를 찾다가 이제는 자신의 삶도 사는 사람쯤..?
    하이는 이들의 갈등과 고뇌를 해결하는 열쇠, 근데 조금 판타지니까 치트키 쯤..?되는 인물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리고 마지막 모두가 함께 하는 독백 장면으로 이끄는 한 열쇠이기도 하다. 맥주캔이 되어 정수리에 꽃이 꽃혀버린.. 하이. 이를 들고 이선의 독무 이후 독백이 시작되고, 이후 모든 인물들이 다시 나와 각자의 독백을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뮤지컬의 느낌을 받았다. 각자의 목소리에 한번씩 집중을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귀가 조금 안 좋은 게 아쉽네. 하지만 메시지는 전달됐다 생각한다. 
    네 인물이 각자 독무를 가지는 시간이 있다. 나는 그 의미를 파악해보고 싶었지만 주제를 전달하는 춤이란 언어가 익숙치 않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희윤의 춤은 욕구와 충돌하는 현실, 멀어지는 이상에 대한 느낌을 전달 받은 것 같다. 나중에 술 한잔 하면서 지인님께 듣기로 각자의 독무에 노래까지 많은 의미를 넣으려 노력했다고.

    몇 가지 더 쓸 게 있지만, 간단 요약식으로 회고하겠다고 해놓고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만 줄이자.
    처음으로 보는 소연극장에서의 연극.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배우들과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극을 본다는 것은 너무나도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로 내 앞에 사람이 있다. 화면 속의 사람이 나를 보더라도 나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무대는 정말 사람이 내 앞에서 나를 볼 수 있다. 그정도의 거리감은 나를 극에 훨씬 몰입시켰다. 언젠가 꼭 다시 즐겨보고 싶은 문화.
    작품도 정말 재밌게 봤다! 재밌는 소재를 통해 재밌는 주제를 잘 표현한 작품!

    다만 내가 근래에 너무 피곤하게 살아서 초반 10분 정도는 진짜 눈을 또랑또랑 뜨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만 했다. 극장에 진입해 앉은 순간 하이가 나오기 전까지 어마무시한 피로에 휩싸였다..
    무튼 작품이 끝난 이후에는 셋이서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술을 즐겼다. 죄다 nfp라서 그런가, 공감에 공감에 망상에 망상에 대화가 이리저리 흘러갔다. 가장 큰 주제는 극 이야기보다는 문지방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20230716일

    늦잠을 자고 적당히 일어나 청량이의 내 이전 자취방으로. 이 날 방을 보러온다는 분이 계셔서 어제 바로 들어가서 청소를 하려했건만, 왠걸 자취방에 들릴 때쯤 문득 내가 자취방 키를 안 가져온 것이 기억나버렸다. 그래서 늦은 밤 버스를 타고 논현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게 됐다. 내 계획은 이 분이 방을 보고 이 집을 원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왜냐, 용준이가 이 집에 들어오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약속을 잡은 이상 이 분에게 방을 보여드리긴 해도 이 분에게 넘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소를 안 해두는 것은 또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 청소를 하기 위해 들린 것이다. 
    이 분은 원래 방을 보기 이전에 이미 이 방을 계약하겠다고 말을 하신 분이셨다. 근데 여성 분이시라 집주인분들의 말씀을 참고하여 그래도 집은 보고 결정하자고 이야기가 됐다. 요지는 이 분은 이미 강력하게 이 집을 택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분이 받으려는 것을 내가 막고 유예해서 약속을 잡은 꼴이라 나로서는 그냥 다른 사람 주겠다고 맘대로 취소시켜버리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그냥 내가 빌어서라도 이 분한테 양보하면 안 되겠냐 빌었어야 했다..

    학교로 간 김에 웰니스에 들러 내 신발도 꺼내오고, 연체됐던 책도 반납했다. 그리고는 먹어보고 싶었던 지역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서 한 끼도 떼웠다. 중간에 비가 후두룩 떨어져서 식당 주인분께 잠시 우산을 빌려서 편의점에 들러 우산을 사야만 했다..

    청소는 금방 끝났다. 장마가 왔던 지라 집에 곰팡이라도 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문제는 1도 없었다. 화장실만 청소하면 끝이라 화장실 청소하고 나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 분은 16시에 오셨고 방을 대충 보셨다. 이 분이 바선생에 대해 예민하신 것 같아 내가 바선생이 나온다고 조금 이야기를 했는데 오히려 거기에서 심기를 다지는 모습을 보고 이 분은 기필코 이 집을 받겠다는 다짐을 하고 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내가 이 집의 안 좋은 점들을 몇 개 들었다. 문이 안 좋다, 소음 조금 있다, 이러는데 더 스펙타클한 데서도 살아보셨던 모양이다. 또 알고보니 사정이 나랑 비슷했던 게 고시텔 실컷 알아보다가 내 글을 발견하셨던 것이다. 고시텔 보다가 이런 방 보면 어떻게 싫을 수가 있냐. 
    결국 이 분은 집주인까지 호출해서 이날 바로 계약을 성사시켜버리셨다. 나중에 용준이한테 전화할 때 참담한 기분이었다. 꼭 용준이에게 이 집을 주고 싶었는데, 내가 우둔해서 실패한 것 같았다. 그냥 싸가지 없게 내가 유예시킨 그 시간 사이에 방 받을 다른 사람 구했다고 하는 게 맞았을까. 음. 내가 그 입장이었으면 정말 열불이 났을 것 같다. 내심 집주인 분이 이 방은 여성이 살기 힘들다고 할 때 그거에 수긍하시기라도 하길 바랐건만.

    아무튼 그렇게 나는 이 자취방과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남은 것은 내가 정산할 공과금과 돌려받을 보증금. 이후에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 하여 나는 돌아왔다.

    20230717월

    이 날은 인수기 기말고사 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적당히 시간 떼우다가 9시 반 쯤에 학교로 출발하니 시간이 적당히 됐다. 기말 공부는 이때 조금 한 게 전부라 나는 실질적으로 포기했다. 강의 듣지도 못하고 이렇게 된 게 참 아쉽다. 나는 정말 도움이 되는 강의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무래도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배워가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랴.. 내 몸뚱아리가 하나인 걸 차라리 탓하리라. 어차피 나는 임의지각 처리되지만, 그냥 빨리 끝내고 나와서 다시 멀캠으로 돌아가는 게 최고 목표였다. 또 미안하다 친구들아 교수님아 시전하고 11시반 찍자마자 바로 시험장을 나와서 후딱 가기 위해 아예 택시까지 잡았다. 대충 만오천원 들더라. 대신 12시에 도착했으니 점심값 굳힌 거라고 차라리 치자고. 

    도착해서는 바로 10층 점심을 먹었고, 이후 들어가보니 자바의 아주 기본을 가르치는 시간을 가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라이브 강의보다는 사실 우리 교수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메모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확보되는지 이런 것들을 다 일일히 설명해주시는데, 이런 강의를 들으러 싸피를 오는 구나, 하게 됐다. 내가 이걸 다 흡수할 수 있다면, 나는 자바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공부한 것으로..?

    프로님에게 dm이 날라왔다. 나더러 다음날 있을 입학식에 오프라인 참여를 하라고.. 이유는 내가 활동적으로 보여서라는데, 아무래도 유툽 댓글에서 기프티콘 얻겠답시고 마구 난리 피운 게 역시 레이더에 포착된 모양이다. 전번에 닉넴 웃기게 달았다고 혼도 났으니 뭐.. 어차피 수민이가 오프라인으로 가니까 나도 오프라인으로 가도 나쁘지 않겠다 하던 차에 이리 스카웃돼서 결국 나도 오프라인 참석을 하게 됐다.

    이날 싸피 티셔츠와 후드티가 배급됐다. 후드티가 듣기로 검은색, 흰색, 파란색이 있는데 파란색은 입으면 그냥 스머프가 되어버린다고 하더라. 다들 싫어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또 이런 거엔 관종이라 내심 내가 걸리길 바라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점심에 오니 나는 선택지가 없어서 무조건 파란색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105사이즈를 시킨 사람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얼결에 가장 무난한 검정색을 가지게 됐다. 나쁘진 않은.

    20230718화

    싸피 입학식. 싸피 티를 입고 오기를 요구 받았는데 나는 티를 빨지 못해서 그냥 일단 그냥 옷으로 가고 입학식할 때만 갈아입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마요네즈 다같이 건물에 들어가는데 1층에 촬영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민정이가 갑자기 떠밀어서 얼결에 찍게 된 사진..

    이 날 웰컴 키트를 받았는데, 셀카봉은 처음 받아봤다. 이거 기능 꽤 좋아보이더라..! 처음에 폰이 고정은 돼도 수평 고정이 안 되길래 빙빙 돌리면서 찍으라는 건가 하면서 영상을 찍어봤는데, 지금 보니까 뒤에서 사람들이 웃고 있더라 ㅋㅋ

    입학식 참석 인원은 점심을 일찍 먹기로 되어 있었고, 나는 당연히 10층에 갔다. 근데 10층을 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근데 또 우연히 거기서 민정이를 만났다. 그래서 얼결에 민정이 점심 멤버들이랑 점심을 함께 하게 된.. 수지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나를 탐탁치 않아 하는 것이 느껴졌다. 괜히 나 혼자 눈치를 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뭐랄까, 나로서는 여성 집단에선 자주 느껴봤던 분위기라 개인적으로는 가시방석처럼 느껴졌다. 혼자 먹는 게 사실 나름 더 좋은 사람인데 하필이면 민정이네 뒤에 내가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ㅂㄷㅂㄷ

    입학식 시작 2시간 전에 가서 예행 연습하는 시간을 좀 가졌다. 이때 같이 간 사람들이랑 안면도 조금 트고 친분을 쌓았다. 그나마 사람들하고 조금 대화를 하게 돼서 다행이랄까..안 그래도 슬슬 마요네즈에서 반에 친구 없는 찐따라고 놀림받고 있던 상태라. 삼성 sds 사장님, 무슨무슨부 차관도 오시고 뭐 다양한 분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나름 좋은 기회였으려나? 
    강당 밖에는 포토존이 마련돼있었는데 여기에서 마요네즈랑 한 컷, 반 사람들과 한 컷. 요즘 사진 정말 많이 찍는다. 그래도 남는 게 사진이라고 나 말고 찍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열심히 찍히러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입학식이 끝난 이후에는 반 레크리에이션과 자리 새로 정하고 짝궁 정하기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린이와 짝이 됐는데, 이게 실력따라 사람을 매칭시킨 거라면 나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서 아린이와 짝이 된 걸까? 비전공에서 올라온 내가 아무래도 최하위에서 맺어진 게 아닐까 싶다.
    내 자리는 그대로!

    퇴실 이후에는 준희와 스터디. 매번 스터디 준비를 거의 나만 하는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는데, 막상 내가 싸피를 시작하자 대회 준비할 시간도 더 없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몸도 안 좋아서 더 고생했던 스터디. 이래서 예선은 통과할 수 있을까? 일단 열심히 스터디는 했는데, 나는 이제 확신이 없다. 그다지 이 모임을 이끌어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 싸피가 바쁘기도 하고, 내 열의에 맞춰주는 사람이 없으니 나도 조금 식기도 했다. 

    20230719수

    입학식에 나가지 못한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객체 지향을 이렇게 자세하게 배우니까 너무 신기했다. 객체 지향이 이렇게 대단한 놈이었구나. 객체 지향은 자바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 

    첫 PT를 받은 날. 전날 몸이 아파서 조금 걱정됐는데, 트레이너와의 약속이니까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하고 21시에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았다. 
    진짜 뒤지는 줄 알았다. 처음으로 한 게 하체였다. 레그 익스텐션을 10kg로 20회를 시키는데 중간서부터 다리에 불이 느껴졌다. 내 고통에 희열을 느끼는 쌤을 보면서 조용히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레익 이후에는 바로 일어나서 맨몸 스쿼트를 시키는데 와, 이게 진짜 진국이었다. 스쿼트하는데 살짝 정신 없어지면서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 
    정말 악마 같다고 느낄 때가 이 스쿼트였다. 레익 세트하다가 20회 더 넘겨서 시키는 것까지는 내 힘을 턴다는 느낌으로 계속 할 수 있었다. 근데 스쿼트는 개인적으로 정말 너무 고통스러웠다. 내가 몸을 쓰는 고통을 받을 때 가장 컸던 고통, pt 8번. 어. 그거 느낌이었다. 그때는 하다가 숨이 막혀서 쓰러졌었는데, 이번엔 그런 일 없길 바라겠다. 
    털털 털린 털다리를 이끌고 이후에는 레그 프레스를 해봤다. 위험한 운동이라 들었는데 쌤이 알려준다면 정말 다행이지. 이건 할만하다 생각했는데 30회를 시키더라고..?ㅋㅋㅋ 그래도 이건 2세트에 끝이 났다. 이후에는 나를 눕혀서 다리 마사지를 해주셨다. 근육을 꾹꾹 눌러서 유연하게 만드는 것. 이거 들어보니까 뭐라 따로 부르던데.. 근육이 생성될 때는 원래 조직이 파괴되고 복구되는 과정을 거치는 건데 이 근육이 잘못 붙여지는 경우가 있어서 이를 유연케 하기 위해서 강하게 근육을 찢듯이 눌러주는 마사지가 있다고. 아무튼 그것을 내게 해주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사지 매트 위에 누워서 온몸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지난 날의 나에 대한 후회를 했다. 진작에 운동을 했더라면~... 근데 이 마시지 바로 효과를 본 지점이 있었는데, 내가 평소에 다리를 게다리처럼 벌리면 간혹 뼈가 탈구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더러 있었다. 근데 한번 꾹꾹이를 당하니까 그런 게 바로 사라지고 싹 벌어지더라고. 이건 엄청 신기했다. 

    그렇게 pt는 종료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쌤과 이야기하면서 하는 이 시간이 정말 재미있었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후회없이 알차게 운동하고 갈 수 있다는 느낌. 나 혼자는 절대 이 정도 강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괜히 트레이너가 있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 

    20230720목

    전체적으로 무난한 하루. 퇴실 이후에 스터디를 하러 갔는데 요즘 둘이 마주보는 앉는 자리에 앉으니 내가 어디에 앉아야할 지 계속 난감해진다..다음부턴 내가 먼저 자리를 잡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다. 이 날은 드디어 제대로 맥북에 이클립스가 깔린 채로 내 과제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다만 mm으로 친구들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졌던 지라, 이번에는 민정이랑 같은 과제를 풀어나가면서 진도를 나아가주기로 마음 먹었다. 민정이는 뭐랄까, 자신에 대한 확고한 무언가를 내비치려고 한다. 그 이면에 무엇이 있을지, 나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배우는데 있어서 나는 그런 태도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보는 입장이라 조금 그것을 억누르고자 내가 느끼는 냉정한 현재 상태에 대해 말해줬다. 배움의 길은 다양할 지라도, 빠르게 익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을 버리고 새로 세우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자신 위에 새로운 지식의 층을 쌓는 일이 될 테니까.
    이 날은 정말 하루 종일 바쁨을 느꼈다. 싸피 시간에도 mm이 많이 와서 일일히 답변해줬고, 스터디 와중에도 이 사람 봐주랴, 저 사람 봐주랴, 내 과제도 빠르게 조금 치느라 진땀이 싹 빠졌다. 하필이면 자리 잡은 카페가 2층이어서 전날 하체의 모든 기운을 뺀 나는 더더욱 고통 받았다..

    이 날은 더욱 늦게까지 공부했다. 집에 가서 바로 운동을 하러 가야만 했는데, 영 이 친구들이 걱정돼서 집에서 혼자 태블릿으로 끄적이고 보내주었다. 아주 간단한 정도로만. 도움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다. 
    덕에 운동가는 시간이 더 늦어지게 됐다. 그래서 많이 운동하지는 못 했고, 그냥 체스트 프레스 정도에 유산소만 했다. 쌤이 오늘도 나와계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기필코 다 흡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고 술을 어느 정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적당히 쌤과 친분이 생겨서 마음이 편안하다. 씻는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원래 클로즈 시간인 00시를 넘겨서 나오게 됐고, 쌤이랑 같이 문 닫고 집으로 가게 됐다. 

    20230721금

    아침에 힘듬을 토로하는 친구들을 보고 힘내라고 응원을 해줬는데, 오히려 그게 친구들에겐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냥 힘 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너무 상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대체로 나는 사람을 가능성으로 말하는 편이다. 누구에게든 가능성은 열려있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 가능성과 과거의 나를 투영해 힘나도록 응원을 해주고 싶은 편인데, 그게 되려 불편했던 듯. 하긴, 사람마다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안 하겠다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기어코 본인이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하는 걸 보고 정말 싫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함부로 응원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진원 님도 대책없는 밝음을 싫어하신다고 하셨다. 나로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류의 생각이다. 따지자면 나는 대가리 꽃밭인 스타일이긴 하지, 그럼에도 그걸로 남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근데 그러고 나니까 힘들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내 진심이 불편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잠을 5시간 정도 잔 마당에 커피도 없어서 비몽사몽, 아침에 그런 일까지 있으니 푹 분위기가 다운돼서 하루 종일 거의 좀비 꼴로 다닌 듯. 기분은 금방 풀렸지만서도 피곤한 건 또 어쩔 수가 없더라. 

    벌써 3주째 되어가는 마요네즈 회식! 이번엔 고기를 먹으러 갔다. 다행이 고기를 직원 분이 잘라주시는 곳으로 갔는데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실질적으로 수민이가 고기를 구웠는데 불판 앞에 앉은 나로서는 또 가시방석이었다.. 내가 잘 못 굽는다 못 굽는다 해도 사실 나도 경험이 없는 게 아니다 보니 짬이 좀 차서 리터럴리 못 굽는 건 아닌데 말이다, 내가 영 못 미더웠던 모양이다. 근데 내가 또 사정이 있어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기가 힘들었다.
    맛있게 고기를 해치우고, 뭔가 아쉽다는 수민이의 의견에 따라 간단하게 칵테일을 한잔 하고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 대신 논현 쪽에서. 나에 대한 배려 덕에 나는 내 자전거를 두고 근처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장생건강원을 갈까 했는데, 가격대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홀스래빗이라는 곳으로 갔다. 간만에 술을 마시니까 기분이 엄청 up돼서 애들이랑 신나게 떠들었다. 역시 내 한 주에는 술이 끼는 게 좋지 않나 싶은..!

    일주일짜리 회고

    근래에 내 삶에 대한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써냈던 나의 비전, 목표 템플릿 비스무리한 것이 있었다. 그때 이성적으로 살자는 글을 썼다. 그 뜻을 기억한다. 중학생 시절의 나는 내 사람들이 너무나도 소중했고, 불의가 너무나도 싫었다. 아마 이건 학교에서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똥통. 제 기분따라 남을 해하는 이들을 보며 내 사람들이 그렇게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는 악한 사람들이 있는 사회가 싫었다. 그래서 그 시절에 나는 경찰관을 꿈꾸었다. 조두순, 고양이 은비, 그 시절에 나를 치가 떨리게 만들었던 사건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났고, 그런 눈물이 나의 삶에 조금도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빠가 나를 그렇게 키웠고, 나도 약한 모습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감성보다 이성을 앞세우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고 최소한 악한 사람은 없는 사회였던 수지고에 들어가 공부에 매진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소방관을 꿈꾸기도 했다. 그냥 구하기만 하는 삶은 어떨까, 나는 어디까지 나를 바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더랬다. 적대할 대상이 없자, 나의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냥 모두를 지키는 방향을 꿈꿨던 것 같다. 동시에 기껏 공부 잘하는 곳 가서, 과외도 받아가면서 돈 버는 일을 하는 게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항상 은연 중에 잡혀 있었지.

    이야기가 많이 샜지만, 사실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성과 감정이다. 나는 그 시기에 다짐한 이성적 삶을 많이 따라하고 있다. 이제는 사건 사고를 봐도 잠깐 감정이 들려다가 멈춘다. 문제를 보면 해결 방향 쪽으로 먼저 생각한다. 집에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고, 나는 충분히 내가 더 메마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집에서는 거의 완전히 메마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됐고 지금까지도 가족들과는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대학에서 철학을 배우며, 뇌 과학을 잠깐 공부하면서 나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이 애초에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성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다. 무의식과 그 속에서 터져나오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이성은 뒤따라갈 뿐이었던 것이다. 이때부터는 삶을 이성적으로 살더라도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mbti를 재도 항상 f가 나오는 이유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성적인 것과 관련없이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래,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공감보다는 이해를, 감정보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게 원래 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최근에 떠오른 것이다. 이 친구들만이 계기는 아니다. 내 첫사랑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미니건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군대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최근이라면 문지방도 있을 거고. 근데 갖은 경험을 해보면서 조금씩 스크래치가 난 내 마음에 위화감이라는 파동을 던진 건 확실히 이 친구들이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지.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 그보다, 나는 무슨 삶을 살고 싶었던 걸까?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고 흔히 표현하던가. 혼란스럽다. 사실 알고 있는 답이 낯설어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부정하고 싶었고 부정하려 했던 많은 사건들이 내 머릿속을 계속 스쳐지나간다. 내가 못나서 울기만 하고 침울했고, 혼자 들떴다고 생각했던 일들, 그것도 하나의 삶의 길일 수 있었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갑자기 바뀌랴. 다만 이제는 둥글둥글한 생각으로 살고 싶다. 요즘 생각했던 가벼운 삶과는 또 조금은 다르다. 처음 살아보는 삶도 아니다. 작전반 친구들은 어쩌면 아는 내 모습. 그 모습도 나의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구태여 고치려들지는 않고 싶다는 게 현재의 가장 큰 생각이다. 
    내게 있어 또다른 역효과를 가져다줄 것을 안다. 무서운 꿈을 꾸었다. 내 영역이 침범당하고 그것에 내가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꿈이었다. 싸울 용기보다 포기할 궁리를 먼저 했다. 투지를 우선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1순위를 바꿨다는 뜻으로 생각되는데, 이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래도 적당히 타협점을 또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를 근래에 가장 크게 감싸고 있던 이야기. 아직은 그 끝을 몰라 회고와 다짐만으로 글을 채웠다. 나머지는 살아가며 또 익히고 느끼겠지. 현재 몸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아서 공부를 하는데 온전히 집중을 하기가 힘들다. 당장 내일 볼 주간 평가를 잘 볼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된다. 한편으로 대회 준비도 아예 빼놓을 수는 없어서 신경쓰이고. 일단 자투리 시간에 대한 최우선순위는 대회로 돌려야겠다.
    사실 지금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밥 문제다 ㅋㅋ 점심에 샐러드를 편히 섭취하니 이제 집에서 뭘 해먹을 일이 잘 없다. 그래서 주말에는 오히려 뭘 먹어야할지 난감해지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뭔가 값지게 요리해서 먹어보고 싶은데, 가게도 가깝우니 도움도 받을 수 있을 텐데 도전을 감행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