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마지막 계절&D-싸피(23.06.22~23.07.04)

20230704화-이사95%, 싸피 전날

제로타이 2023. 7. 4. 23:50

 

목차

     

    인수기

    오늘도 어제와 같이 기상해서 학교로 출발했다. 아직 제대로 음식을 갖춰놓지 못 해서 두유가 전부였다. 그래도 오늘 어머니가 차를 가지고 와서 학교 근처 자취방의 물건들을 전부 옮기기로 했으니 오늘까지만 참으면 되리라는 판단이 있었다.
    가는 데에는 한 시간 반은 잡고 갔다. 통학 시간이 길어지면 혹시 모를 교통 문제를 의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뭐, 대신 그런 문제가 없으면 굉장히 일찍 도착하게 되기는 한다. 오늘이 그러했고.

    오늘 강의 내용은 대각화. 그 이전에 벡터의 내적이 무얼 뜻하고 노름이 뭐고, 직교한다는 게 뭔지 개념도 한번 쫙 짚었다. 아직 직교 행렬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배울 직교 행렬 내용을 위해서는 알아둬야 하는 개념들이라 볼 수 있겠다. 
    대각화란 기본적으로는 similar(닮다고 해야 하는데 그냥 닮다고 하니까 개념 연상이 잘 안 된다..) 대각행렬을 만드는 행위이다. 기존 행렬을 분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행위는 한 행렬의 제곱이나 각종 연산을 압도적으로 편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eigen analysis 작업이 필요하다. 고유값과 고유벡터가 전부 나오게 되면 고유벡터를 열 벡터로 삼는 행렬을 만들고 이를 P로 삼은 후, 고유값들을 대각성분으로 하는 대각행렬로 만든다. 이러면 대각화는 끝난다.
    추가적으로 배운 것은 닮다의 의미. 닮다는 것은 $A = PBP^{-1}$를 만족하는 P가 있기만 하다면 닮은 것이 된다. 왜 이게 닮다는 표현과 통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닮다는 것은 고유 분석(eigen analysis)을 했을 때의 고유값이 같다는 것의 충분조건이다. 대우가 성립하므로 고유값이 다른 두 행렬은 닮지 않다. 
    오늘의 재밌었던 증명은 대각화 시 발생하는 행렬이 필히 역행렬을 가진다는 것. 역행렬을 가진다는 것은 행렬을 열벡터로 나타낼 때 이 열 벡터들이 서로 선형 독립이라는 것과 필요충분조건이다. 교수님이 이전에 이 내용을 가르친 적이 있던가? 모르겠지만 이후에 내가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선형 결합의 식을 세울 때 역행렬이 존재한다면 곱해지는 스칼라가 전부 0이 되어버린다. 다른 경우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즉, 선형 독립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선형독립이라면, 곱해지는 값들이 전부 0이 되는 케이스 밖에 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역행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외의 해가 생기게 된다. 그러니 역행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선형대수학은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가 동한다. 이런 학문을 이제야 접하다니 정말 인생 절반 이상은 손해 보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교수님께는 18시에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모레에는 내 발제로 소모임까지 진행을 해야 한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싸피를 한 시간 일찍 조퇴해서 시험을 보는 쪽으로 마음 먹었다. 근데 웃긴 건 교수님께 메일을 보낼 때 19시에서 18시로 시간을 옮겨달라고 말을 해버린 것.. 오늘 다시 교수님께 메일을 잘못 보냈다고 말씀드리고 시험을 17시에 보기로 했다. 

    있던 짐은 이제 다 옮긴 이사

    수업이 끝난 후 자취방을 가는 길에 동아리에서 홍보 나온 대학생들을 만났다. mbti랑 습관을 결부시키면서 뭔가 설문조사하듯이 하던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냥 응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한번 인터뷰를 해달라고.. 거절하다가, 나중에도 또 거절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번호만 알려주고 갔다.

    다시 원래 자취방을 찾았다. 부모님이 차를 가지고 오기로 하셨기에 나는 청소를 하면서 기다렸다. 솔직히 이번 주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이런 것도 결국에는 다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청소를 했다. 지금 부모님이 도와줄 때 이삿짐도 옮기고 일을 해야지 뭐가 진척이 되지 나중 돼서는 또 스케줄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할 것 아닌가.
    생각보다 조금 더 늦게 오셔서 13시까지 나는 청소를 했다. 짐은 미리 다 싸뒀기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후에는 드디어 동해루에 가는데 성공! 평일이니까 열려있었고, 뒤쪽에 차를 주차한 뒤에 들어갔다. 이때까지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그럭저럭 돌아다닐 만했다. 아무튼 들어가서 간짜장 2개와 덴뿌라로 셋이서 나눠먹었다. 이전에 먹을 때는 참 맛있었는데, 오늘 간짜장은 조금 오래된 냄새가 났다.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들러서 아무래도 바로 된 짜장을 사용하지 않은 게 화근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무튼 이번에는 조금 불만족. 마지막 동해루인데 만족스럽지 않아서 슬프다..!

    논현으로 가는데 꽤나 차가 막혔다. 한 15시 넘겨서야 자취방에 도착했고, 이때는 비가 제법 많이 왔다. 몸 적셔가며 후딱 짐을 옮긴 후,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은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얼추 짐을 정리한 뒤에는 다이소에 들러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다. 영동 시장이 가깝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물품 구매처들을 알아둬야겠다. 
    시간은 금새 18시까지 갔다. 어제 처음으로 잡은 당근 거래를 위해 학동역으로 출발. 상대 분이 18시로 약속을 당겨도 괜찮냐고 하시기에 나도 흔쾌히 응했고, 가는 길에 잠시 편의점에 들러서 현금을 가져왔다. 나는 당연히 남성 분이실 것이라 지레 짐작했는데 여성분이 기다리고 계시더라. 나는 정말 넷상으로 성별을 구분하는데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 사실 나는 내 어투가 상대로 하여금 여성으로 착각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오히려 관계가 정반대였네. 내 고착화된 성 관념에 다시금 반성을 하는 것으로.. 아무튼 이 분이 당근 페이를 원하시는데 나는 열심히 뉴비라서 그런 거 몰라효..를 어필했다. 계좌 이체를 바라시는 것 같았지만 또 모르쇠로 일관
    아무튼 좋은 모니터 받침대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높이 조절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내게 메리트로 다가왔다. 

    다시 자취방에 돌아오니 또 피로가 몰려들었다. 일단 받침대에 듀얼 모니터 케이블까지 왔기 때문에 설치를 해야했는데, 하다가 피로가 확 와서 정신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날씨에 습해진 옷 속으로 엄청난 무력감이 자리 잡았달까, 화딱지나게시리 모니터 암 위치를 잡으려는데 이 놈이 뜻대로 안 움직여주는 게 아니냐. 안 그래도 힘 쓰느라 피가 도는데 화까지 나니까 순간 머리가 띵해지더라. 지금 운동을 못하고 있는 와중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할 일은 쌓이니까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나를 제어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건 원래도 없었지 사실). 홀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까 더더욱 이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방인 출몰!

    라고 늘어지려던 마음을 고쳐잡고 저녁을 먹기 위해 몸을 다시 움직였다. 일주일 이상 묵은 양상추와 파프리카. 이전 자취방에서 마지막 장이라면서 샀지만, 막상 보니까 약속이 마구 겹쳐서 집에서 먹을 일도 없어 결국 오늘 새 자취방에까지 끌고 오고야 말았다. 파프리카는 보니까 변색도 꽤나 됐고, 맛도 살짝 보니까 많이 변질된 것 같아서 살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양상추는 갈라진 틈이 변색되는 것 빼고는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더라고. 맛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냉장고 내에서 가장 차가운 부분에 있었던 탓인지 눅진해진 부분은 있었다. 아무튼 그 이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어보여서 그대로 섭취했다. 

    그러던 차에 아빠랑 큰아빠 등장. 옷을 제대로 안 입고 있던 차에 와서 적잖이 당황했다. 딱히 용건이 있어 오신 건 아니었고 그냥 잘 있나, 집은 어떤가 보러 오신 모양이었다. 가는 길에 용돈을 쥐어주시고 가시기에 감사히 받았다. 

    그 뒤 밥을 완전히 해결하고 슬슬 할 일을 하다보니 또 어머니가 오셨다. 들어보니 일을 잠깐 쉬는 차에 들렀다고 하네. 이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때 있을 만한 곳이 생긴 것이다. 어머니는 24시까지 있다 가셨다.

    이 방엔 이방인들이 마음껏 올 수 있는 장소다. 일하는 곳과 가깝다보니 다들 편하게 오실 듯하다. 나야 내가 생활할 공간만 있다면 되니까 상관 없긴 한데, 혼자 산다는 느낌이 좀 덜해서 불편할 것 같기도 하다. 

    회고 및 다짐

    결국 준희에게 연락을 해서 내일 진행하기 힘들겠다고 선언.. 미안하구만. 농땡이 부리면서 산 것 같지는 않은데, 결국 하지 못할 일을 벌인 걸까 나는.

    어머니가 있을 때 잠시 같이 나가서 술을 사왔다. 위치는 영동 슈퍼마켙. 장생 건강원에서 같이 운영하는 보틀 샵이다. 아직 가오픈 상태라 장생 건강원에 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열어준다. 가서 내가 원하는 소주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전통주 위주는 아니라 불가능했다. 그래도 추사를 볼 수는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방법으로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으면 기본적으로 가격이 10% 할인이 되기 때문에 웬만해서 가격적인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 토끼 소주 블랙 350ml, 추사 40 500ml, 하나는 덤으로 제임스 빈? 3만원짜리 위스키를 샀다. 다합쳐서 15만원. 실제로 내가 충전한 금액으로 생각하면 14만원 정도 됐을 것이다. 싸게 사서 두고두고 마셔야지..!
    자취방에 와서 간단하게 추사 40을 시음해봤다. 사과 증류주지만 당연히 사과 맛은 나지 않는다! 니트로 조금 마셔보고, 이후에는 내 맘대로 하이볼. 적당히 만들었는데도 향이 잘 느껴지고 상큼한 것이 이 술은 확실히 맛있는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트로 마셔도 위스키랑은 다른 풍취가 느껴지는 게 독특하다. 그러면서도 안동 소주나 이강주처럼 짭조름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나름의 포인트. 추사는 비싼 이유가 있다는 것이 내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