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4-2학기(23.03.02~23.06.21)

20230514일-모임?만남?

제로타이 2023. 5. 15. 01:09

 

목차

     

    어그러진 계획

    그냥 조용하게 혼자 가고 싶었는데, 건너건너 결국 큰아빠한테까지. 근데 큰아빠도 누구에게 대리인을 맡겼는지 기억을 못하셔서 결국 봉안당에 전화를 해야만했다.
    굳이 다른사람한테 안 맡기고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누구누구 대리인인지는 못 알려주고, 대신에 내가 대리인인지만 확인을 시켜주었다. 들어보니 나는 아니라더라. 이럴 가능성도 염두는 해뒀는데, 일이 좀 꼬이는구만.
    결국 누군가와 동행을 해야만 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건데, 내가 가려는 날이 하필 식 전날이라 큰아빠네 식구분들께 양해를 구하기가 조금 뭣하다. 기쁨만 누리기에도 부족한 시간, 내 약속을 위해 그 시간을 흐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이제 방향은 두 가지가 있겠다. 일단 편지는 또 이후로 미뤄야만 한다. 대신 그냥 얼굴만 보고 올지. 아니면 완전히 다음을 기약할지.

    일단 내 생각으로는, 이번에는 얼굴만 보고 오고 이후에 다시 편지를 전해줄 시간이 있지 않을까 한다. 들어보니까 아예 같이 가자고 이야기가 한번 나왔다고 하더라고. 편지는 그때 전달하는 것으로 하고 토요일에는 그냥 내가 누나를 기리는 마음만 내 가슴으로 전달하고 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 내 편지를 일단 쓰는 것이 좋겠다.

    KDI

    계획했던 mkdir 모임. 성훈이 형이랑 승렬이는 연락두절이라 어쩔 수 없이 만나지 못했다. 일단 수헌이 형 소개팅이 있어 토요일이 무산되었고 이후에는 상준이가 16시 이후에 축구가 있어 일요일 점심 시간에 만나게 되었다. 근데 그 시간대에 둘이 연락이 안 돼서 결국 한꺼번에 만나는 것은 실패하고 셋이서 만나게 됐다. 졸지에 홀로 백수인 상태로 만나게 됐는데, 쪽팔릴 일은 아니지만 무언가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당당하게 만나고 싶은데 언제야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련가. 

    셋이서 건대 입구역에서 모여 국수를 먹고, 이후에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지막에는 뚝섬 한번 찍고 쉬고 오기로 이야기가 됐다. 따릉이 타고 큰 도로 따라 가니까 뚝섬 유원지가 금방 나와 대충 자리를 잡고 한강에 부는 시원한 바람 만끽하면서 노가리를 깠다. 여행 이야기, 연인 이야기, 일 이야기 등등.

    적당히 16시 되기 이전에 헤어지고 집에 갔다. 빠진 둘은 어제 늦게 자서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지. 그때는 내가 조금 더 나아간 상태로 만났으면 한다. 언젠가 내가 한번 밥을 꼭 쏘고 싶다. 우리 팀원들, 나 때문에 고생 많았을 텐데 이대로 떠나보내기 싫다. 승렬이는 이제 미국을 갈테니 기회도 얼마 안 남았단 말이지.

    오랜만에 가족

    어무이가 저녁 시간에 내 자취방에 들리셨다. 오후 시간이 비어서 그냥 그 시간에 한번 나를 보러 오셨다고. 내 사는 것을 보니 너무 잘 살고 있어서 걱정할 거리가 없다고 하셨다. 오히려 내가 집에 있을 적보다 나는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새삼 내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되신다고..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자취하러 방에 넣은 라면들이랑 인스턴트 찌개들을 전부 반납했다. 혼자 꾸려먹다보니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것들 이참에 전부 돌려보낸 것이다. 그 이후에 고기를 먹으러 가서 나만 술 마시고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는 운전해서 집에 들어가야 하니 술을 마실 순 없어 나 혼자 홀짝거렸다. 많이 마시지는 않고, 쎄게 두 병 정도. 운동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간의 스트레스 날릴 정도의 느낌은 되었다. 
    밥을 먹고 난 이후에는 학교 투어를 쭉 돌고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오랜만에 밥 얻어먹게 됐는데, 오늘 여러모로 얻어먹었다. 빨리 얻어먹는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다.

    회고 및 다짐

    아주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내가 이태원 클라스 ost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구절인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이런 말을 던지면, 먼 훗날의 나는 모든 걸 가지고 있을까. 과거의 내가 말하는 듯, 미래의 내가 회고한다. 어딘가 꼭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가진 자만이 뱉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말들. 과거를 돌아봐서는 그대로 돌아갈 뿐이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보며 미래의 나를 꿈꾼다. 세상 앞으로 나갈 나를 느끼며 이상향에 다다른 나를 느껴보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방 가서 이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음이 올라가지 않아 혼자 꽥꽥거렸지만 그냥, 그 분위기에 취해 내 미래를 점쳤다.  

    독서소모임 결성 직전. 에타에 어떤 분이 문학 소모임을 결성하려고 하시기에 내가 등을 떠밀었는데, 결국 나도 참여하는 그림이 됐다. 나랑 나이가 비슷하신 분이라 어울리기엔 괜찮을 것 같다.